[기도하는 시-박춘식]

그분은 늘 살아계십니다
-박춘식
저도, 종려나무 가지 들고 외쳤습니다
호산나 호산나 옷을 깔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 보시오 여러분의 임금이오, 빌라도의 이 한 마디
순간 제 무릎이 망가졌습니다 제 마음이
길바닥에 산산 조각났습니다 성전 휘장이
찢어지고 벅차게 꿈꾸던 기다리던 왕국도 사라졌습니다
소름 끼치는 칠흑 예루살렘 그리고 참담한 끝장
그날 밤새껏 퍼마시고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술독 안에 들어가 하늘 보고 해롱해롱 웃습니다
눈앞에서 로마 병졸 서넛이 비틀거립니다
그들은 이른 아침 큰 지진에 놀라 자빠집니다
그분의 어머니께서 오시어 환하게 웃으십니다
옆에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말합니다
— 형제여, 그분에게는 죽음이 아예 없으십니다
그러자 술독이 커다란 꽃잎으로 변하고 제 영혼은
흙바닥에 엎어지는데 이마 앞에 그분의 하얀 발이 보입니다
뻥 뚫려 있는 발등의 못 구멍이 깊은 눈동자처럼
그윽이 저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제 눈에서 아픔이 흘러내립니다 따갑게 흘러내립니다
그분 말씀에 한 점의 믿음도 걸지 않았던 큰 아픔이
큰 눈물 되어 쏟아지면서
흙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순을 적시고 있습니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4월)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아침 부활합니다. 일상의 부활을 만들어주신 하느님에게는 죽음이 없습니다. 죽음이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죽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부활의 기쁨을 보여주십니다. 아침 태양도 부활이며 신나게 걸어가는 것도 부활입니다. 꽃을 보고 환하게 웃는 일도 부활입니다.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그 뒤에 부활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부활신앙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체성사는 측량할 수 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성사이고 영혼의 생명이 되는 빵입니다. 생명체에게 음식은 생존의 필수적 요구입니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성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엎디어 큰절을 올려야 합니다. 예수님이신 성체, 그 빵은 33년 동안 만들어진 희귀하고 놀라운 빵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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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