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감곡성당에서. ⓒ 김용길 기자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흘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출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열림원, 28쪽


미루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기도하는 나무로 여기는 분도 있고, 키 때문에 아주 거만한 나무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 구절의 시도 독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시의 특징이면서 묘미라고 봅니다. 프란치스코 정호승 시인의 위 시를 보고 저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길 사랑 봄길 사람 등등 여러 단어가 있는데, 사람이란 단어를 예수님으로 바꾸어 읽어보면 아주 좋은 신앙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참 놀랍고 멋있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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