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겸손이 봄을 만든다
- 박춘식
개울 바닥 얼음장 위로
포근히 지나가는 햇살이 하품한다
눈물 글썽 미끄러지는 물 방울들
똑 똑 똑 떨어진다
봄, 하느님의 불꽃놀이
나뭇가지 마구 흔들어
앙상한 신호를 땅속으로 내려보내면
가느다란 수염뿌리들이 다투어
물 가루를 끌어모으고 있다
겨우내 졸고 있던 물관들이 물 가루를
힘껏 들이빨아 눈을 위로 떠밀어 올린다
겸손이
실뿌리에서 봄을 만들어
우듬지까지 밀어 밀어 올리고 있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2월)
봄은 늘 오는 대로 나타나겠지 하는 사람 앞에는 꽃들이 향기 없이 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겨울 추위에 마음이 얼었다면 봄은 기적처럼 보입니다. 사는 일이 어렵고, 직장에서 시장에서 거리에서 더욱 추위를 깊이 느끼는 사람에게 봄마저 슬프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 스스로 새봄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혼의 봄을 위하여, 어렵지만 겸손한 지도자를 찾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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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