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새해기도
-박춘식
분(分) 분으로 쪼개지는 새벽
아침 가방이 초침(秒針)에 끌려가더라도
비눗방울 보득보득 손목까지 씻는 짬을 즐기며
일과 일 틈새 하늘 잠깐 바라보는 새해가 되기를
177밀리미터 정확도(正確度)를 가끔은
한 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리고
강력 접착제로도 이어지지 않는 단어들이
설익은 시(詩)가 되어
검붉은 상처를 덮어 주는 한 해가 되기를
언제나 먼저 뛰어가 큰 것을 잡겠다는 결심보다
부족하지만 곱으로 기도하고 노력하는
작은 겸손 한 잎으로 숲을 밝히는 해가 되기를
빕니다
비는 마음 나직이 모아 주님께 드립니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1월)
한 연예인이,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너는 꼭 성공해야 한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면서 남보다 항상 앞서야 한다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큰돈으로 큰 사람이 된다 등등 이런 말만 들었다며 버럭 소리 질렀습니다. 삶에는 실패가 있는데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은 한두 마디만 하고, 무조건 참고 무조건 성공하라는 말만 하는 교육 안에서 성장해왔다며 분통을 터드렸습니다. 모든 교사들이 성공에 대한 말을 열 번 할 때마다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열다섯 번 해주기를 기원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 | ||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