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그림 신부
미국에서 본 한 티셔츠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여자의 자리는 집안이다.” 그 말은 미국 대통령이 사는 집인 백악관 사진에 붙어 있었다.

대통령 영부인이거나 직원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백악관에 들어간 여자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여자 대통령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 비해 여성 지도자가 적은 서양에서는 큰 뉴스가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라면, 최근에 타이 총리로 선출된 잉룩 시나왓의 사례는 그저 많은 여성 수반의 최신 사례일 뿐이다.

유교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여성 수반이 나온 적이 없지만, 이런 나라에서도 여성 수반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실은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여성의 권리와 재능을 인정하는 데 서양이 주도하고 있다는 서양인들의 잘못된 편견에 비춰본다면, 아이러니다.

대개 정치지도자로 나선 여성은 능력과 정직성, 평화성, 지성, 효율성 등에서 남성보다 더 낫지도 않지만 못하지도 않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여성은 통치에 관해서 보자면 남성과 분명히 동등하다. 그것이 좋은 소식이냐 나쁜 소식이냐는 지도자들의 업적에 달려 있다. 성은 아무 차이가 없다.

교회 안에서도 여성은 지도자 자리에 앉기 시작하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내가 일본주교회의의 한 부서에서 일할 때 내 상관이 여자였다. 그 얘기를 듣고 놀라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나는 당시에도 신부였지만 나는 책임자를 맡지 않았고, 주변 사람 대부분도 그것이 이상하다고 보지 않았다. 그 상관은 경륜이 있었고 경험과 재능을 다 갖춰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런 자질을 갖추지 못했었다.

교황청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여러 여성을 전례 없이 높은 지위에 임명하고 있다. 서품 받은 자만 추기경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겨우 1917년부터였음을 고려하면, 또 언젠가는 어떤 변화가 있어서 여성이 교회 안의 그런 지위에 오르는 것을 보게 되지 않겠는가? 추기경 직무를 보면 추기경이 반드시 남자여야만 할 어떤 요소가 없음이 분명하고, 빨간 비단으로 된 주름장식 레이스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의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그 옷을 입는 것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때가 오기는 올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은 미국의 한 대성당 주임사제가 앞으로는 복사는 남자애들에게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복사를 해온 여자애들은 제의 담당, 그러니까 전례 주부로 재훈련시킨다는 것이다.

그 신부는 제대 봉사는 사제품으로 가는 여러 단계 가운데 하나이고, 여자애들을 복사에서 빼면 남자애들이 신학교로 갈 생각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그 기사에서는 그 신부가 결국에는 독서직과 비정규 성체분배자, 음악가 등도 남성에게만 국한시킬 생각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결정을 논리적으로 연장시킨다면 이러한 직분들도 당연히 해당될 것이다. (여성이 성가대에 참여하는 것을 과거의 여러 교황이 금지시킨 바 있는데, 가장 최근으로는 1910년에 비오 10세가 그랬다.)

도쿄의 한 본당 모임에서 한 참석자는 복사의 대다수가 여자이고 복사단장 전부가 여자인 현실이 남자들이 복사로 참여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는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옛날에는 어쩌면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자신들의 동료로, 아니면 적어도 자기들과 동등한 존재인 것을 보는 데 갈수록 더 익숙해지고 있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그 미국인 신부의 결정에 그 본당의 어른 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애들과 남자애들도 다 어리둥절해 하고 잘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 속에서 여성의 구실은 변하고 있다. 아마 아시아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남성들의 태도와 삶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교회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아시아 가톨릭뉴스 발행인이다. 일본의 가톨릭 주간지 <가토리쿠 심분> 편집주간을 지냈다.

<기사제휴/아시아가톨릭뉴스 2011년 8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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