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님의 여성, 영성, 그리고 어머니 하느님-5]

2011, 강화갯벌에서
노을 젖은 갯벌에서 나는 본다.
어둠의 아름다움.
어둠 속에 감춰진 것들의 진실.
우리 모두가 부정하고 멸시해 온 것들,
그래서 찌끼처럼 죽음처럼 엎드려 굴복해 온
모든 미천하고 낮은 것들의 고요한 함성을 듣는다.
우리가 패배라고 여겨 온 것들이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부르짖는,
끝이라고 불려 버리워진 것들의 장엄한 합창.
그 살아오는 진실의 음성들을
귀 기울여, 엎드려, 온 몸으로 듣는다.
‘진실’의 몸체를 본다.
진실이 이다지 환희라는 것을!
진실이 이다지 눈부신 힘이라는 것을!
진실이란
복받쳐 생명으로 솟구치는,
누구도 거역 못할, 빛나는 현실일 수 있다는 것을
복음처럼 듣는다.
힘없고 미천하고 추한 것들이 밀려 밀려
그들끼리 모여 마침내
생명의 거대한 밭을 마련해 놓은 것을
나는 갯벌에서 본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꿈들,
헤매이다 지쳐버린 꿈들이 모여 와
씨앗처럼 숨쉬고 있는 넓디 넓은 생명의 밭, 갯벌.
저들끼리 위로하며
서로서로 기원해 주며
함께함께 더욱더 커다란 꿈을 키우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꿈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무수한 갯구멍들로부터 듣는다.
거기,
오래 전 잃었던 내 꿈 또한
건강하게 살아 빛나고 있네!
저 빛나는 검은 흙, 우리의 오래된 어머니여!
* 강화 갯벌을 메우고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우리의 오래된 어머니를 그렇게 질식시켜 버리겠다 합니다. 우리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과, 자연에 대한 오만한 행위를 통곡하며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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