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사진/홍성옥 기자

그림자도 남기지 말라

-박춘식

하늘이 바다를 바짝 끌어당겨
매일 푸르른 탐라에는
쇠붙이 그림자도 남기지 말라.

하루에도 천 번 만 번
고래가 증오하는 함포는 오지 말라고
파도가 외친다, 여기는 오로지
바다 사랑 숨결만 남아 있으리라.
포격을 준비하는 쇠붙이 화약 냄새
그 찌꺼기도 남기지 말라, 이곳에는
들꽃 뫼꽃을 부르는 유채꽃 향기만 남아라.

직선으로 번뜩이는 포신은 멀리 가라
백록담 아래 온갖 물상들이 더불어 곡선으로
살고 있느니, 아늑하게 굽은 모든 생명들이
맑은 숨결로 이어지는 이곳은 바람의 고향

하느님이 즐겨 찾아오시는 탐라에는,
그리고 갈치 낚는 소리흥에 맞추어
갈매기 나무 돌하르방이 춤추는 탐라에는,
쇠붙이 그림자도 남기지 말라.


<출처> 박춘식 반시인의 미발표 신작 시 (2011년 6월)


어느 나라든 군이 있고 주둔지가 있지만,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군사시설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도전이고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일입니다. 군비 축소, 전쟁 방지, 평화에 대한 노력 등은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제주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의 천연기념물로 소중하게 보호되어야할 아름다운 섬입니다. 제주도는 거룩한 신비의 섬(聖島)입니다. 제주도에 군사시설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듣고 제 가슴이 먹먹하여 졸시를 만들었습니다. 이참에 화약 냄새나는 길 이름이나 마을 이름들을 바다냄새 흙냄새나는 이름으로 바꾼다면 어떨런지 혼자 생각해 봅니다.

나모 박춘식/야고보. 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다음 현재는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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