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부활날 아침

-이정우

그대 못자국난 손이
저희의 야윈 뺨을 만집니까.
생명의 주여,
오늘이 바로 부활날일 줄을
밤새 저희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 눈부신 아침 물가에서
그대를 다시 뵈온 저희는
말없이 그냥 울고만 싶습니다.
주여,
이젠 더욱 불쌍히 여기심으로도
사흘 전
피흘리시던 그대의 발에
저희 메마른 입술을 대게 하소서.

<출처>앉은뱅이 꽃의 노래,이정우,문학수첩,64쪽


기뻐 춤추면서 함성을 질러도 턱없이 부족한 표현인데도, 부활 아침에, 말없이 그냥 울고만 싶습니다, 하고 시인 이정우 신부는 예수님 부활을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부활 아침에 울고 계실 분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성모 마리아님이십니다. 어머니로서 아들의 부활을 바라보고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뜨거운 눈물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부활의 신비는 우리를 늘 새롭게 합니다. 아침마다 떠 오르는 태양이 부활이며, 봄의 새싹들도 부활이고, 우리 몸을 상큼하게 감싸는 따뜻한 바람도 부활입니다. <가톨릭뉴스> 독자님들 마음 안에 부활의 해맑은 빛이 가득하기를 빌고 또 빕니다.

나모 박춘식/야고보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다음 현재는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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