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재의 수요일

-박춘식

사람아 사람아
가는 곳마다 욕정을 흔들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손아귀 그물로 잡아당기는
보이는 물건마다 갈퀴로 긁어 모으는 그러면서도
자기가 한 줌의 흙먼지임을 모르는
이 욕심덩어리 사람아

하늘을 찌르다가 무너진 바벨탑 사람들이
시나이산 아래 광야에서
이제는 하늘의 두려운 소리를 듣는다
큰 민족을 이루어 흥망을 되풀이 하다가
골고타 언덕에서는 하늘의 뜨거운 빛을 받는다
나직나직한 가슴은 하늘을 담을 수 있지만
그러나 바벨탑 기억 안에서 치솟는 흙기둥은
거무스레 쓰러지며 끝내 먼지 바람에 끌려간다

사람아 사람아
너는 흙에서 나온 돌망나니 — 다시
한 움큼 흙먼지로 되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이 흙사람아

<출처> 박춘식 반시인의 미발표 신작 시 (2011년 3월)


겨울 끄트머리에 붙은 사순절을 흙처럼 엎디어 기도로 가득 채우면 찬란한 부활이 나타납니다. 흙으로 아담을 빚은 하느님은 사람 안에 하늘을 향한 꽃나무를 심어두었고, 그 꽃나무 뿌리는 흙으로 감싸주고 계십니다. 소 돼지들의 피묻은 절규를 안고 있는 아픈 흙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순절, 거만함을 살처분해야하는 사순절, 해바라기꽃판 같은 교회를 위하여 희생 봉사하는 사순절, 개나리 꽃을 보고 감사의 절을 하는 사순절, 불행한 이웃을 위하여 간절하게 기도 바치는 사순절, 이번 사순절은 더욱 아픈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

나모 박춘식 야고보는 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다음 현재는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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