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 있다
<출처>외로우니까 사람이다,정호승,열림원,68쪽
이 시는 별똥별 낮달 하느님의 눈물 민들레 홀씨 등등과 지붕이 없는 새집과 연결하여 여러가지 의미로 묵상할 수 있는 좋은 시입니다. 누구든지 지붕이 없는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눈물을 받을 수 있다면 그의 신심은 매우 깊으리라 여겨집니다. 프란치스코 정호승 시인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외면하거나 하느님의 축복을 물리치는 오만한 지붕을 벗기면서, 겸손에 노력하면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시로써 상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보는 것보다 오히려 하늘을 더 많이 바라보는 눈길을 가진다면 생각의 폭도 넓어지겠지요.
나모 박춘식 야고보는 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다음 현재는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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