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대구 성모당에는 연일 기도하러 오는 교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사진/한상봉 기자)

백년송

-천주교대구교구설정백주년-
- 박춘식

신나뭇골에 피어오른 작은 불꽃이
새방골 진달래에 옮겨붙으면서 백년 세월
거룩한 부활 아침을 노래하였다 이제는
진달래 불꽃이 모든 고을에서 기도로 피어난다

흙먼지 잠재우며 쏟아진 하늘 소낙비
실뿌리 되어 땅 속 백 년 깊이 스며들다가
관덕정 아미산 바위틈으로 솟아올라, 지금
흘러넘치는 샘물로 금호강을 껴안고 있다

팔공산 제단 위의 커다란 한가위
천사들의 빵을 사람이 먹는 신비가(시편78;25)
한 사랑으로 엮어지면서 큰 숲을 이루었다
백 번도 넘게 찾아오는 한가위 달빛은 매년
남산동 성모당을 아늑아늑 감싸고 있다

총총 별빛 아래 첫마을 한티의 어린 소나무는
흙집에서 울려오는 성탄 성가를 따라 부르면서
순교 향기를 깊숙이 품어왔다, 그 후로 겨울마다
몸속에 나이테를 백 개나 그려 가며 우뚝 서있다

계산성당 천장에 배어있던 대영광송 노래가
오늘은, 백두대간을 뛰어넘어 하늘로 치달린다

<출처> 박춘식 반시인의 미발표 신작 시 (2011년 1월)


대구교구설정 100주년을 기리는 마음으로 사계절 모습과 연계시켜 만든 졸작입니다. 천주교회가 구라파에서 피라미드형으로 천 년 넘게 버티어오다가 더러워지고 갈라지는 아픈 역사를 가졌고, 그 다음 2차 바티칸 공의회를 보면서, 어떤 시인은 교회는 피라미드 모양 대신 해바라기꽃판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구대교구가 해바라기꽃판 교구가 되어 아름답게 변모하고 발전하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100년을 축하하기 전에 먼저 만 번 겸손하고, 만 번 감사하고, 만 번 용서한다면 하늘의 축복이 백 배 천 배로 많이 내려오리라는 생각도 해보면서‥‥

박춘식 / 야고보. 경북 칠곡출생으로 순심중학교, 성신고등학교,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신일전문대학 학장을 비롯해 선교 및 교육활동을 했다. 스스로 반(半)시인으로 부르며 왜관 숲에서 살며 기도하고 시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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