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광야를 꿈꾸며
-홍윤숙
사람이 광야로 갈 수 없을 때
광야가 사람에게 오기도 한다
네 평 반짜리 나의 방은 때로 나의 광야가 된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 매여 있는 모든 끈 풀어버리고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량한 영혼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시공을 넘어
마음의 성소 한 채 지어보려 하지만
어쩔까 전화 벨소리 초인종 소리에도 무너지고 마는
약한 모래성
도시의 광야는 이렇게 꿈꾸며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출처>홍윤숙 시선집,홍윤숙,시와시학사,1418쪽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른 세례자 요한이 서울에 나타나 데레사 홍윤숙 시인 집을 찾아 갔습니다. 시인은 세례자 요한과 함께 메마른 사막의 바람을 껴안고 구세주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런히 다독거리면서 두 눈을 감아 봅니다. 그러나 서울의 온갖 소음들이, 서울의 현란한 불빛들이 신성한 광야를 밀어내면서 하늘의 별까지 지워버립니다. 마지막 줄 ‘도시의 광야’라는 표현 안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며 그 의미에 따라 묵상도 깊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윤숙 시인의 깊은 신심을 엿볼 수 있는 이 시를 자주 만져보면서 이번 대림절을 새로운 은총으로 꾸며보시기 바랍니다. #박춘식#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춘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