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사진/한상봉 기자

기도

어떤 이는
하느님을
석고 틀 안에 넣어
정교한 규격품으로 만듭니다

흐르는 물을 밟으며
소박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노래 하는 이도 많이 있습니다

미루나무 바라보며
하느님은
나뭇잎을 어루만지는 바람이었구나, 라고
들숨 날숨으로
기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출처> 어머니하느님, 박춘식, 미루나무, 78쪽


이 시의 첫번째 연은 하느님을 고체로 여기는 분들이고 두번째 연은 하느님을 액체로, 마지막 연은 하느님을 기체로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하느님을 고체화시키는 분은 신앙생활이나 기도를 일정한 규범따라 하겠지만, 물이나 바람처럼 기도하는 분은 하느님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으로 여길 것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고체 기체 액체 형태로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부터가 불경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인식능력으로는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겸허히 묵상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겸손의 편안함 안에서 기도드리면 기도의 맛이 상큼하리라 여깁니다. #박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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