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9월이 오면
-박춘식
수많은 밀 알갱이들
껍질이 빠개지면서 가루로 변한다
한 덩어리로 반죽된 다음
불기운으로 하얗게 올라 선
제단, 거기서
하늘의 몸과 피를 받는다
하늘 빵 안에서
하늘 기운을 받은 이들이
몸통이 찢기고 잘리고 쪼개지며 …
다시 그 사랑에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밀 알갱이들이 가득 쌓인다
선혈처럼
새붉은 구월이 오면
많은 밀알들이 함께 으깨져서 밀가루가 된 다음 반죽으로 일치가 이루어지며 그리고 성체를 위한 제병이 됩니다. 사랑의 성체를 모신 순교자들이 성체성사의 힘으로 자신의 몸을 쪼개어 피를 흘립니다. 그리고 더 많은 밀알 즉 신자들을 만들어 냅니다. 떼르뚤리아누스의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교인의 씨앗’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와 순교를 연결하면서 묵상할 수 있는 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곳에 처음 발표되는 이 작은 시를 이 땅의 모든 순교자들에게 다소곳이 바칩니다. #박춘식#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박춘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