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모니터링 자료는 10월 21일자 평화신문 941호와 가톨릭신문 2570호 이다.


‣ 언론은 한 번 물면 끝장을 보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인 10월 10일에 20개 종교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이 있었다. 한국천주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다.

이번 선포식과 연관되어 사형폐지 관련보도를 평화신문은 2면 사설과 21면 4단으로 사실보도 및 분석 기사를 함께 다루었다. 평화신문은 간략한 분석을 통해 국내 사형수 현황과 국외 사형폐지국 실태 및 우리나라 사형폐지운동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 돋보였다. 가톨릭신문은 1면 4단 사실보도와 4면 사설및 14면 전면을 할애하여 특집기사를 실었다. 두 신문은 무엇보다 2007년 12월 30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10년간 사형집행을 유예하고 있어,‘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언론이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사회(교회)의 의제를 적극 발굴하고 시민(신자)과 함께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이라 부를 수 있다. 아울러 언론은 그 일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지면을 통해 알려나간다면 시민(신자)의 알 권리를 보도한다는 측면에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언론의 모습이 될 것이다.

사형폐지법안은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6, 17대 국회에 잇달아 제출된 바 있다. 현재의 17대 국회에서는 299명의 국회의원중 과반이 넘는 175명의 발의로 사형제 폐지 및 종신형제 도입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17대 임기 내에 처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과반이 넘는 국회의원의 발의가 처리가 안 되는 속사정은 무엇인가? 여기에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특별히 천주교회 언론을 비롯한 종교 언론이 공공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끝장보도(?)의 자세로 임하여 정부와 국회 등 관계기관에 그 의지를 전달하고 이행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바로 지난 주 [미디어 흘겨보기-10]에서 지적한 평화신문의 ‘가톨릭교회 관심사항’ 중 하나인 사형제폐지에 대하여 두 당의 경선후보에게 물어본 바 있다. 알다시피 이제는 양 당의 후보가 확정되었다. 한 당의 후보는 시기상조란 이유로 폐지반대를, 또 다른 정당의 후보는 폐지 찬성을 표시한 바 있다. 10월 18일자 한겨레21에는 민주노동당의 후보도 폐지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회의견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밝힌 후보에 대한 기자들의 발 빠른 인터뷰를 기대한다. 그것은 정치적 지지여부와는 별도로 교회의 가치관에 대한 전교이기도 하다. 예수께서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 28,20)고 유훈으로 남기지 않았나? 그는 2000년 전 사형제로 돌아가셨다. 교회가 구세주로 고백하는 그 분이 말이다.

교회언론은 지금까지의 보도형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심층보도와 아울러 사형제 폐지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비겁성’에 대한 탐사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 법률을 개정할 수 있는 과반수가 넘는 의원이 발의를 해놓고도 미적거리는 것은 한마디로 비겁한 것이다. 정치인의 비겁한 것에 대한 것은 가까운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출범한 후쿠다 내각의 하토야마 법무성장관은 9월 25일 사형집행을 장관이 승인하는 제도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라고 하면 뭐하지만....”이라며 ‘자동적인 사형집행론’을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사형제도는 유지하면서 개인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비겁함의 최상급이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사형제폐지 반대를 말하는 논리는 늘 이러했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제도 자체를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차후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 등이 이루어질 때 완전히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무리가 없다.” 언론이 녹녹하면 이런 변명은 앞으로 2000년이 지나도 유효하다.

언론이여, 한 번 물면 끝장을 보라!

 

/김유철 200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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