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사형 반대의 날, 생명의 빛 행사 열려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과 서울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관계자들이 명동성당 앞길에서 국회 청원을 위한 거리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명동성당에서는 사형폐지범종교인연합이 주최하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관한 2008년 사형 반대의 날 생명의 빛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오후 5시부터 명동성당 앞길에서 벌어진 국회 입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과 사형폐지 시사만평 거리 전시회로 시작되었다. 이날 서명에는 약 8백 명의 신자와 시민이 참여했고, 외국인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명 참가자에게는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새로 펴낸 사형제도 폐지 만평집 <이제는 완사폐(완전사형폐지)로>를 나누어주었다. 이 자료집에는 전국시사만화협회 회원 40여 명의 작품이 실려 있다.

명동성당 보수용 가림 막에 "사형폐지" 문구가 비춰지고 있다.
오후 7시부터는 명동대성당에서 이영우 신부(서울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의 주례로 사형폐지 기원미사가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 강론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작가 공지영(마리아) 씨가 맡았다. 공지영 씨는 소설 취재를 위해 최고수(사형수)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이미 소설이 나왔지만 지금도 한 달에 한번 최고수와 만나고 있다고 전하면서, 자신은 자원봉사자들과 최고수의 만남을 보면서 하느님이 계시고 사람은 사랑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사 뒤에는 가톨릭회관 벽과 명동대성당 보수용 가림 막을 배경으로 생명의 빛 의식이 펼쳐졌다. 생명의 빛 행사는 “시티 오브 라이츠(City of Lights)”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11월 30일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중요 상징물에 빛을 비춤으로써 사형을 반대하는 인류의 꿈을 표현하는 행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이루어진 생명의 빛 의식에서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생명 사랑”, “사형 폐지”라는 문구가 가톨릭회관 벽과 명동성당 보수용 가림 막을 수놓으면서 지나는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오는 12월 7일 인권주일을 시작으로 전국 각 본당에서 국회 입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 하였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 전원은 이미 지난 추계 정기회의 때 서명을 마친 상태이다.

 
 
  

생명을 거두는 일은 하느님의 몫. 우리는 그저 사랑할 뿐

1975년 김대두라는 연쇄 살인범이 있었다. 17명을 죽였는데, 먹을 것과 돈 몇 푼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고추 몇 근 때문에 3개월 아기를 밟아 죽이고 그 어미는 강간한 뒤 20군데나 찔러 죽일 정도로 잔혹했다. 잡힌 뒤에도 범행을 태연히 재현하면서 빨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로 뉘우칠 줄 몰랐다. 그를 회개시키기 위해 개신교 목사 한 분이 성경을 넣어주었는데, 김대두는 그걸 자랑스럽게 밑씻개로 썼다. 세 번째로 넣어준 성경을 거의 다 썼을 때 김대두는 왜 나에게 그 수모를 당해가면서 이걸 읽으라고 넣어주나 궁금해서 읽었다. 그 다음 그는 바꿨고 남은 삶은 회개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미화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교도소에 가서 최고수들을 만나면서 죄 많은 곳에 은총도 풍부하다는 말이 그냥 수사가 아님을 체험할 수 있었다. 봉사자들이 최고수를 만나다보면 몇 달 뒤에 면회를 거부하는 일이 꼭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먹을 것도 주고 심심하지 않게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나왔는데, 도대체 왜 나 같은 놈을 위해 이런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그렇게 최고수들은 봉사자들과 만나 일상의 얘기를 나누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이걸 보면서 나는 하느님이 계시고 사람은 사랑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김대두가 아주 잠시 동안 회개의 삶을 살았다고 구원되었을까? 그건 하느님만이 아실 일이다. 하지만 그 생명을 거두는 일은 우리가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사랑을 행하는 게 바로 사람이 할 일이다. 성가 사랑의 송가를 들으면서 그 모든 기적을 우리가 이루지 못하면 어떠냐? 사랑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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