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진영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생태 시민 돼야"
"새만금이 가덕도, 가덕도가 제주 제2공항"

멸종반란가톨릭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와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수도자와 신자 30여 명이 참여하고, 원동일 신부(의정부교구)가 주례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2021년 3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의결된 뒤 추진돼 왔다. 그러나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 사업이 '국토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기본적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고 간소화한, 비민주적 절차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덕도와 주변 바다 생태계와 환경 파괴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공사 난도와 장기간 공정 역시 상당한 과제로 지적되며,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현대건설은 이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사업 예산도 불어나, 당초 약 1조 원 규모로 추진된 새만금 신공항의 30배인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월,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반대하는 시민 1000여 명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진행 중이다.

이날 김현욱 활동가(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는 “신공항으로 가덕도와 낙동강 하구를 파헤치는 것은 부산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산이다. 국민들이 함께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때문에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국토부 입장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가 폐지해 주겠다”며, “가덕도가 새만금이고, 가덕도가 제주(제2공항)다.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촉구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nbsp;<br>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 촉구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원동일 신부는 강론에서 “공항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선거 당선을 위한 사업이며, 객관성과 전문성 없이 왜곡된 정치적 고려로 추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처분적 법률’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지역과 집단, 개인을 겨냥한 법률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행정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학자 부뤼노 라투르의 개념을 소개하며, “기후·생태 위기 시대에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존재 양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진보와 보수, 수도권과 지방, 개발과 보존 등 기존 대립 구도에서 비롯되는 진영 논리의 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생태 시민의 등장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앙으로 온 생명이 생사를 오가는 대멸종의 시대, 위기의식과 대책이 없다"

미사 중에는 신공항 사업 철회를 바라는 발언이 이어졌다.

멸종반란가톨릭 회원 나비(활동명) 씨는 가덕도 신공항 반대 활동에 연대하며 수차례 다녀온 가덕도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인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존재해 온 자연에 대한 폭력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이 땅의 자연 생명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자연도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며, 그 자매 형제들이 없으면 우리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없다"며, “신공항 사업은 합리성과 상식 차원에서 국익을 따져 봐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교회도 작은 실천만 강조하지 말고,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성지 순례란 미명으로 매년 해외로 나가는 생태적 죄를 더 이상 부추기지 말라”며, 자중과 절제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고 신공항 사업 철회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가덕도와 10여 개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공존과 생명을 지향하자.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의 목소리 ⓒ정현진 기자 &nbsp;<br>
가덕도와 10여 개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공존과 생명을 지향하자. 미사에 참여한 수도자들의 목소리 ⓒ정현진 기자  

여름(활동명) 씨는 가덕도 신공항뿐 아니라 10여 개 신공항 사업, 돈과 권력 유지를 위한 개발 자체를 성찰하고 멈출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은 창조 세계 파괴, 인간의 탐욕과 불의의 상징이며, 공동체와 미래 세대에 피해를 넘기는 사업”이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신공항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창조 질서와 공동선 존중의 길을 선택하며, 지속 가능한 교통, 환경 정책을 모색해 창조 세계와 더불어 사는 길을 마련할 것"을 호소했다.

한편 멸종반란가톨릭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 등 연대 활동에 참여하며, 사업 중단이 실현될 때까지 매월 미사를 이어 갈 계획이다.

멸종반란가톨릭은 2022년 5월 출범했다. 2019년 영국에서 시작된 환경 단체 ‘멸종반란’의 지부로, 한국에서는 멸종반란한국, 멸종반란가톨릭이 활동하고 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회원으로 참여하며, 교회 내 환경 활동과 기후위기 시대 대안 마련, 생태계 보호를 위한 다양한 일에 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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