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구중서 공동집행위원장
“우리는 주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함께 보존해야 하는 운명공동체입니다. 개발로 멸종된 동식물이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또 수라갯벌에 공항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요? 8000억 원을 들여서 공항을 짓다가 보호종인 새가 완전히 사라지면, 1조를 들여도 그 종을 살릴 수 없잖아요. 개발하고 대체 서식지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많은 동식물이 멸종되는 것을 신앙인으로서 함께 막아야 합니다. 여기에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구중서(율리아노) 공동집행위원장은 도요물떼새를 이야기했다. 도요물떼새는 도요새류와 물떼새류를 아우르는 말로,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를 떠나 주로 4-5월 사이에 한국에서 약 2주간 머물면서 영향을 보충한 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까지 이동해 번식한다. 그러나 수십만 마리에 달했던 새들이 새만금 사업으로 중간 서식지를 잃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수라갯벌에는 멸종위기 1급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 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323호),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붉은어깨도요, 수달(천연기념물330호) 등 40종이 넘는 법종보호종이 살며 번식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 서식지의 감소다.
지난 6월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수라갯벌에서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의 집단 번식을 확인했고, 이에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을 생태적으로 보전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지역 투자 촉진 등으로 전라북도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본과 중국 등 동남아 지역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공항 위치는 군산시 옥구읍에 있는 공유수면으로 공사 기간은 2028년까지, 사업비 예산은 약 7796억 원이다.
새만금 신공항을 막기 위해 지난 5월 전북 지역의 46개 단체와 개인 9명이 함께하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이 발족했다.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가 공동상임대표이며,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사제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새만금 신공항 문제를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9월 16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시장 불확실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환경, 안전 등 미래 공항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5년간의 공항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에는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해 가덕도 신공항, 대구공항(이전), 제주 제2공항, 흑산 공항, 백령 공항, 서산 공항, 울릉 공항, 경기남부 민간 공항, 포천 민항 등에 대한 개발 방향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미 있는 15개 공항에 10개 공항을 더 만들겠다는 계획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동행동도 기자회견을 열고 신공항 건설 계획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6차 계획안은 ‘탄소중립 공항 2050 로드맵’을 마련해, 탄소중립 시설, 운영 기법을 개발하고 확대할 것이며,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공항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갯벌은 산소를 만들고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해 산림보다 훨씬 오랜 시간 탄소를 저장한다. 또 해양생태계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속도는 육지생태계보다 최대 50배나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정부는 블루카본(해양부문 탄소흡수원)으로서 갯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갯벌습지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8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1-25)’에 따르면, 2025년까지 총 4.5제곱킬로미터의 갯벌을 복원할 예정이며, 2010년부터 이미 갯벌 1.5제곱킬로미터 복원을 완료했다. 또 2022년부터는 갯벌의 탄소흡수력 향상을 위해 갯벌 상부에 갈대 등 염생식물을 심는 갯벌식생조림 사업을 시행한다.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자동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양에 해당하는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공동행동은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그 자체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갯벌을 매립하는 것은 탄소흡수를 강화하겠다는 정책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구중서 씨는 “세금을 이용해서 탄소중립 정책을 망가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토부는 공항을 개발하려고 하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각각 산림자원과 갯벌을 늘리려고 한다"며 부처에 따라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군산의 갯벌은 얼마 전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를 추진하는 곳 중 하나이기에,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이 계획과도 맞지 않다.
또 공동행동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14개 지역 공항 가운에 10개 지역은 공항 수요가 없어 만성 적자인데,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수요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산공항 활용방안은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은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과잉투자”라고 비판했다.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는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군산공항은 미군 소유로 미군 상황에 따라 결항과 연착이 잦고 운행 편수에 제한이 있으며, 국제선은 없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서울신문>(9월 24일자)과의 인터뷰에서 “새만금 내부개발과 기업 유치가 본격화되면 항공 수요와 경제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의 발전을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새만금 투자활성화와 동북아 물류거점을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면 갯벌을 매립하고 멸종위기종을 말살시키며 무리하게 적자 공항을 지을 것이 아니라, 미군과 협의해 군산공항을 활용하면 될 일”이라고 반대했다. 또 “토건개발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정부와 전라북도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를 직시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새만금 신공항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중서 씨는 공동행동에서 만든 카드뉴스 등 컨텐츠를 공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시간을 내서 수라갯벌을 찾아가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느껴 보길 권했다. “어딘가에 공항을 짓는 것을 막연히 머리로 아는 것보다 직접 보고 들어야 가슴에 남을 것이고, 손과 발로 움직일 동력이 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