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걷는예수의길]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39-45) 복음 묵상

25일 윤석열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이 지나갔습니다. 작년 12월 14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1월부터 헌법재판 변론이 시작되고, 한 달여 동안 윤석열 측의 헛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간 윤석열은 거짓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거짓을 덮기 위해 망상을 사실로 둔갑시키려 하고,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선동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삼 년 그는 지도자랍시고 대통령 행세하며, 자기만의 위선과 허구의 왕국을 만들려 했던 것입니다.

이제 윤석열이 탄핵 인용되면, 우리는 소경이 소경을 이끄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못하고,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이번 선택은 어쩌면 매우 쉬울 수 있습니다.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는 사람들의 면모를 잘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택은 책임이 따르므로 항상 일말의 불안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삼 년간 48퍼센트 국민이 선택한 윤석열로 야기된 혼란, 혼돈,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불안은 더 큽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 겉으로 보이는 흠집이 더 크게 보일 것이고, 주위의 부정적 평가에도 귀가 솔깃하게 될 겁니다. 애초에 마음이 잘 가지 않던 사람이라면 작은 티끌을 가지고 서둘러 판단하기도 할 겁니다. 보이는 티끌을 억지로 가릴 수는 없겠지만 정말 좋은 나무인지, 풍성한 결실을 볼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튼튼한 나무는 비바람에 쓸린 상처 몇 개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상처 없는 매끈한 나무는 열매를 얻기 위해 키운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을 즐겁게 하도록 가꾼 것일 테니까요. 깊이 패인 상처로 겉모습이 험상궂더라도 풍성한 열매를 맺고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라면 기꺼이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태극기 물결을 기억하며 시작된 삼월에 우리는 사순 시기를 맞습니다. 속죄와 참회, 과거 허물을 벗어내고 새 하늘 새 땅의 희망을 염원하는 시기, 우리가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 돌아보는 시기 등등으로 교회는 사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순은 과거를 벗고 새 삶을 살기 위해 우리 주변과 자신을 돌아보는 때입니다. 이 길을 통해야만 우리는 죽음 뒤에 오는 부활의 영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며칠 뒤 재의 예식으로 사순이 시작되면, 우리 공동체가 함께 잘 살기 위해 악의 무리를 내치고, 새 하늘 새 땅을 일굴 ‘좋은’ 지도자를 찾아 세울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 독서인 코린토1서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언제나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1코린 15,58)

이은석(베드로)

함께 걷는 예수의 길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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