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김민영, 김예원, 허유진, 오숙희, 오수민, 우신혜, 김미연, 이인자, 이혜령, 박은미, 섬드레, 2025. (표지 출처 = 섬드레)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김미연, 김민영, 김예원, 박은미, 오수민, 오숙희, 우신혜, 이인자, 이혜령, 허유진, 섬드레, 2025. (표지 출처 = 섬드레)

그림책은 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때로는 수백 마디 말보다 단 한 장의 그림이 우리에게 강력한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아이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때로 그림책 안에서 울고 웃으며 작은 위로를 받는다.

여기 개인의 아집과 편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 17년간 함께 읽고 쓰며 토론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숭례문학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문 학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년간 읽고 쓰고 토론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온 사람들. 또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 그래서 그 힘으로 서로를 살리는 사람들이다.

이곳 강사 열 명이 모여 각자 자신만의 인생 그림책을 소개한다.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는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이 책은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가 그림책과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넘나들며 꿈꾸게 한다.

“경쟁이 팽배한 사회, 눈에 보이는 것과 생산성만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 나가는 '프레드릭', “생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할 사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세상에서 가장 너른 품을 내어 주며 안아 주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란 것을 깨닫게 하는 '태어난 아이',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언제든 이야기의 소재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보물창고”인 '부엉이와 보름달', “관계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면 펼쳐 보며” 보이지 않는 “관계의 선”을 헤아리게 하는 '곰씨의 의자', “내면에 있는 소심함이 또 하나의 힘과 능력이 됨”을 체험한 '나는 소심해요', “울타리 너머엔 다른 삶”이 있고 “새로운 시도는 삶을 확장 시켜줌”을 알게 하는 '울타리 너머',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올가의 모습이 인상적인 '키오스크', 메뚜기의 비행을 보며 중요한 것은 “자기 힘으로 날아오르는 것”이란 걸 기억하는 '뛰어라 메뚜기', “엄마 되기의 어려움”과 세상 모든 “존경하는 엄마”들을 떠올리게 하는 '나의 엄마',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그러나 “읽을 때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여우'까지.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일부. ©구영주
"힘이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일부. ©구영주

저자 열 명이 소개하는 인생 그림책 열 권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면 한 사람의 삶이 보인다. 그가 평생에 걸쳐 살아온 어떤 역사가 보인다. 우리 인생에 고통과 시련, 실패와 두려움, 따뜻한 위로와 행복의 순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저자들의 추천 책과 그들의 인생이 나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서로가 아파하고 힘들어 한 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각각의 그림책은 열 명의 인생이자 곧 한 사람의 인생이기도 한 것이다. 얇은 책이지만 읽고 나면 수십 권 책을 읽은 듯 풍성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 그림책 6권을 더 소개하며, 총 70여 권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이쯤 되면 그림책의 보고와 같은 책이 아닐까. 대개 아이를 기르면서 접하게 되는 그림책이 이제는 아이와 상관없이 나 자신을 위해서 펼쳐 보게 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에게 그림책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로와 힘을 준다. 활자화된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느릿느릿 어눌한 듯하지만 한마디 한마디 선명한 자국으로 남는 책의 그림들은 많은 언어보다 더 많은 언어를 함유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앉은 자리에서 그림책 몇 권을 주문했다.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열 명의 삶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책보다 진중하고 진솔하며 아름답다. 자신의 아픔과 희망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간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감동을 준다.

유독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 이제 봄의 기운이 사방 곳곳에서 밀려들 때, 그간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을 펴기에 참 좋은 책을 만났다. 어디에서 새봄의 위로를 구하겠는가. 책 제목 그대로 힘이 되는 그림책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구영주(세레나)
11살, 세례 받고 예수님에게 반함. 뼛속까지 예술인의 피를 무시하고 공대 입학. 돌고 돌아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피는 절대 속여서는 안 됨을 스스로 증명.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화가로, 아동미술치료사로 성장.
<가톨릭 다이제스트> 외 각종 매체에 칼럼 및 영화평과 서평을 기고하며 프리랜서 라이터로 활발히 활동. 현재 남편과 중학생 아들, 두 남자와 달콤 살벌한 동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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