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 에스텔라 투필 메이 수녀

수도 생활은 항상 변합니다. 특히 예수성심수녀회 같은 공동체와 성소가 줄고 있는(또는 없는) 다른 공동체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회원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활력까지 떨어지면서 많은 수도회와 사도생활단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우리 수도회도 2023년 말 열린 총회에서 제가 속한 공동체를 비롯해 몇몇 관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수도회가 성소자와 회원 부족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어서 다음 단계의 준비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는 회원들이 공유하는 선교 경험, 회의 카리스마에 밀접히 연결돼 있고 예수 성심이 중심인 영성 덕에 그래도 아직 신자들과 나눌 것이 있습니다.

1. 봉헌된 여성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우리 사명은 현실에서 교훈을 얻는 여정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어머니이자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결코 당신의 딸과 아들들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은 지속적으로 우리 회원 각자를 강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봉헌된 우리는 매번 다가오는(던져지는) 많은 질문에 답하진 못해도 우리 내면의 목소리와 오늘날 현실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합니다.

이 모든 어려움이 있음에도 정말로 중요한 일은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 믿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증인이 없으면 예수님의 영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이 여정에서 우리를 이끄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데 일치하여 신비가이자 예언자로 살아가는 길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2. 수도회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환경, 사람, 문화가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은 신선한 경험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지역 사회, 지역 주민, 국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떨림을 경험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각 수도회 회원이 얼마나 열려 있느냐에 따라 느리지만 신중하게 또는 빨리 하는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수도회가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하는 일이 쉽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본질인 수도 생활이 근본 방향을 잃지 않고 수도회끼리 협력하고 나누는 일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가 딛고 올라가야 할 여러 단계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각 단계는 고유합니다. 나름 풍요로움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름답습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다양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2024년을 맞으면서 이러한 성찰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이미지 출처 = Pxhere)

3. 봉헌된 여성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우리 사명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 사명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동행하도록 불린 이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수동적 태도, 후회 그리고 무관심을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방향 전환은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소유하는지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런 때 서로와 우리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을 돌보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식별과 공동선을 늘 염두에 두면서 계속 일어나는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과 통하는 희망의 씨앗을 품고 그분과 하나되는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모든 것을 간절히 기대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관대함과 헌신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희망과 확신이 가득한 증인, 기꺼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으려는 남성과 여성, 생명의 말씀을 전하고 친절과 온유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하려는 남성과 여성을 고대하는 세상에서 우린 새롭게 투신할 곳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고 그들의 인간화에 기여하기 위해 삼위일체 모델을 적용하면서 우리가 떠나야 할 여정과 자신을 뛰어넘는 역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자신을 인간화하는 여정은 이 사랑의 여정에 자신을 바치고 삶이 자유롭게 이어지도록 허용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5. 지금은 하느님 백성과 함께 작은 공동체로서 만남,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사명을 통해 생명, 정의, 연대, 상호 배려에 공동으로 투신해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깨어 있는 눈과 주의 깊게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성령의 조명과 능력의 인도를 받는 선교하는 제자의 관점입니다. 이는 자비의 시선이고 그리스도의 마음이 전하는 초대입니다. 참된 자비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연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6. 인간적, 영적 여정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삶의 기쁨은 하느님나라의 본질적 측면입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거짓에 속지 않도록 식별을 통해 견고한 기초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봉헌 형태를 구상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교회의 새로운 표현을 향해 나아가고 새로운 지평을 구상하라 촉구하고 계십니다. 

(DORA ESTELA TUPIL MAY 예수성심수녀회 수녀의 이 칼럼은 본래 스페인어로 작성되었습니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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