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심층적인 통계 분석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일 이후 필자는 계속해 오던 통계분석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 주교회의 자료로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상세한 통계 분석은 이 보고서를 참조하시기 바란다.(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3 분석보고서 바로가기) 대신 필자는 2023년 통계가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적 흐름에서 갖는 의미만 간단히 해설해 보려 한다.
1.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믿을 수 있는가?
교세 통계 항목에서 의무적으로 문서를 남겨야 하는 분야의 수치는 믿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례자 숫자, 견진자 숫자, 성직자, 수도자 관련 숫자, 신학교 관련 숫자, 혼인 성사 숫자, 교육과 의료기관 숫자는 정확해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신자 총수, 신자 단체 · 주일학교 · 신앙교육 관련 숫자는 다소 부정확하다.
대표 통계인 ‘신자 총수’가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개종으로 천주교를 완전히 떠난 이, 개종은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신자가 아니라 생각하는 이, 이미 사망했지만 가족이 냉담 중이어서 신고하지 않은 이의 숫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추정하기에 현재 신자 총수 가운데 1/3은 확실히 교회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근거는 천주교 외부에서 실시한 표본 조사에서 신자 수가 교적에 비해 적게는 1/5, 많게는 1/3 정도 적게 나온 결과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미사 참석률은 18.3퍼센트였고, 판공성사는 30퍼센트대였다. 이렇게 보면 교적 신자의 1/3은 어떻게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간에 있는 40퍼센트다. 이들은 개별 교적이 아니라 가족 교적이기 때문에 냉담하고 심지어 개종했어도 여전히 신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층도 다시 여러 층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1/3은 언제든 신앙생활을 재개할 수 있는 신자일 수 있다. 1/3은 사실상 신앙을 포기한 사람일 수 있다. 가운데 1/3은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 신자 총수의 최대 60퍼센트 선을 신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머지 ‘다소 부정확하다’고 보는 통계는 연평균이 아니라 특정 시점 상황만을 반영하고 있어 그리 평가하였다. 사실 미사 참석률도 특정 시점에 1회만 계산하고 있다. 이제부터 정확한 통계 몇 가지만 가지고 의미를 분석해 본다.
‘2023년 한국천주교회통계’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된 해의 통계라서 팬데믹 이전으로의 회복 국면인지, 회복 국면이긴 하지만 팬데믹 이전 추세의 연장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라는 면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해 2023년 통계는 2019년 이전의 추세와 연결하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1) 신자 총수와 순증(純增) 신자 수 변동
〈표 1〉 신자 총수와 순증 신자 수 변화(단위: 명, 퍼센트)
| 항목 | 2019년 | 2022년 | 증감(22:19) | 2023년 | 증감(23:22) |
| 신자 총수 | 5,914,669 | 5,949,862 | +35,193 | 5,970,675 | +20,813 |
| 순증 신자 | 48,159 | 11,891 | -36,268 | 20,813 | +8,922 |
신자 총수는 2019년 591만 4669명에서 2022년 594만 9862명으로 3년간 3만 5193명이 늘었다. 2023년에는 597만 675명으로 2022년에 비해 2만 813명이 늘었다. 순증 신자 수는 2019년에 4만 8159명이었다가 2022년에 1만 1891명으로 줄었다. 2023년에는 2만 813명으로 2022년에 비하여 8922명이 더 늘어났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 신자 증가는 두 가지가 잡힌다. 하나는 입교자(새 영세자) 숫자다. 세례는 유아 세례, 성인 세례, 대세(代洗) 세 가지다. 다른 하나는 교적 정리 숫자다. 장기 냉담, 개종에서 돌아와 교적을 회복하는 경우다. 과거 교적 정리로 빼버렸던 것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신자 감소도 사망, 교적 정리 등 두 가지가 잡힌다. 개종이나 신앙을 떠나는 경우 교적 정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사망자 숫자는 신고하는 경우만 계산돼 당사자이거나 냉담 중인 가족의 경우는 이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다. 일례로 2023년 주민등록 인구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8537명이었다. 그런데 교세 통계에서 ‘100세 이상 신자’는 2만 1104명이었다.(13쪽 참조) 주민등록 통계가 거의 정확한 것이고 보면 고령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망하였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자 총수, 순증 신자 수는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이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비하여 신자 총수가 근소하게 증가했다. 문제는 2019년까지 입교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는데 2019년 5만 명에 육박하였던 신자 숫자가 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신자 총수는 이전 추세를 감안할 때 계속 감소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서 회복된다 하더라도 이전 추세를 거스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추세라면 5년 내 정점에 이르고 이후 감소세를 보일 수 있다.
2) 주요 성사 변화 추이
〈표 2〉 주요 성사 변화 추이(단위: 명, 퍼센트)
세례자 숫자는 신자 총수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2019년 대비 2022년 영세자 숫자는 49퍼센트포인트 줄어들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표 2 참조) 그러다 2023년 5만 1307명으로 2022년에 비해 9923명이 늘었다.(24퍼센트포인트 증가)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도 2019년 이전 지속된 추세에 비춰 보면 늘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세례자 구성을 살펴보면 10살 미만이 1만 3326명(전체 세례자의 25.7퍼센트)으로 가장 많았다. 전통적으로 입교자 구성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20-24살 연령 구간(특히 군종교구)은 회복세긴 하지만 2019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65+ 연령대’도 여전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다소 숫자가 많았지만 2022년에 비해 줄었다. 이를 고려하면 미래에는 신자가 주로 가족 내에서 재생산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게 된다.
고령 신자 수 증가는 사망 신자 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저출산으로 10살 미만 입교자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성인 영세자 숫자는 10년째 하락세이므로 입교의 주 원천인 세례자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다.
판공도 2022년 대비 2023년 부활판공은 16.4퍼센트포인트, 성탄판공은 9.9퍼센트포인트 늘어났다. 2022년에 비해 다소 회복은 되었지만 미사 참석률 증가율 수준에 머물렀다.(표 2 참조) 이 역시도 2019년 이전부터 큰 추세에서 감소세였기에 20퍼센트 초반대 정도로 회복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사는 2022년 11.8퍼센트에서 2023년 13.5퍼센트로 14.4퍼센트포인트 증가하였다.(표 2 참조) 역시 소폭이지만 회복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도 2019년 이전에 십여 년 이상 감소해 왔던 추세를 고려할 때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3) 사제 관련 항목 변화 추이
〈표 3〉 사제 관련 항목 변화추이(단위: 명, 퍼센트)
한국인 사제 총수는 2022년에 5661명(누적)에서 2023년 5679명으로 18명(0.32퍼센트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새 사제 숫자는 75명이었는데 누적 인원이 18명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은 사망, 면직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고령 사제들의 사망이 큰 영향을 주었다. 원로사목사제 숫자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망사제 숫자도 늘어나 몇 년 내 사제 총수는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표 3 참조)
4) 대신학생 관련 지표 변화 추이
〈표 4〉 대신학생 관련 항목 변화추이(단위: 명, 퍼센트)
대신학생 수(학부생 수)는 새수품 사제 수 증감 여부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 결과를 보면 2023년에 전년에 비해 4.4퍼센트포인트 감소하였다. 두 번째는 부제 수품자 수다. 이 수치는 2022년 107명에서 2023년 86명으로 19.6퍼센트포인트 줄었다. 입학생 수는 수녀, 평신도가 포함돼 있어 이들을 제외할 경우 신학생 숫자도 줄었다고 보아야 한다.(표 4 참조) 사제 성소의 중장기 지표 모두에서 감소가 예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22년에 비해 감소한 영역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5) 수도자 관련 지표 변화 추이
〈표 5〉 수도자 관련 지표 변화 추이(단위: 명, 퍼센트)
여자수도회 회원수(서원자 기준)는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0.7퍼센트포인트 줄어들었다. 선행 지표인 수련자 숫자도 11.7퍼센트포인트 줄었다. 수련자 숫자에서 외국인 비중은 66.9퍼센트로 2022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입회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수녀의 절대 숫자가 줄어든 것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퇴회자와 사망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가 70년 이상인 수도회들에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감소세는 계속될 것이다.
여자수도회는 사도직에서 기타 소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3년에는 2022년 대비 기타 소임 종사자 숫자가 25.2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본당(성당), 사회복지 영역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렇게 빠져 나온 숫자의 일부만 교회 기관으로 이전되었다. 이는 수도회가 수도회 밖에서 수행하던 역할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종합
2023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식되고 처음으로 맞는 해였다. 팬데믹 이전 상태로 회복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큰 해였다. 이런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여러 지표에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미사 참석률과 판공성사 비율, 각종 교육 참가자 숫자 등이다. 그러나 이런 증가세에도 대부분 지표에서 팬데믹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감소세가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추세 탓에 일부 지표에서 나타난 증가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렵다.
2023년 통계는 몇 년 내에 신자 총수가 정점에 이를 것임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5년 내에는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제(남자 수도회 포함) 총수는 이보다 빨리 정점에 이를 수 있다. 반세기 이상 이어 온 교세의 성장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가 조직 수명 주기에서 안정기 후반임을 보여 주는 표징이 아닐 수 없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