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1본당 1난민가정 돌봄사업' 활동가들
‘1본당 1난민가정 돌봄사업’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난민 사목의 하나로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이주민센터인 구리EXODUS(엑소더스), 의정부EXODUS, 파주EXODUS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난민과 동행함으로써 난민을 환대하고 보호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이다.
난민을 돌보고 동행하는 동시에 교구 내 난민 활동가를 양성하는 이 사업에는 현재 교구 내 40개 본당의 활동가 115명이 난민 가정 47가구와 함께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구리 성당에서 한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명성, 배숙희 두 활동가는 지난해 8월부터 5기 활동을 시작했다. 본당 주보에서 ‘1본당 1난민가정 돌봄사업’ 활동가 모집 공지를 본 뒤, 활동 내용이 궁금해서, 막연히 그들에게 친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두 활동가가 동행하는 이들은 서울 이태원에서 어머니와 초등학생 딸 둘이 사는 가정이다. 이들은 약 4년 전 미얀마에서 한국에 왔다. 보통 의정부교구 지역 중심의 난민을 만나지만, 가끔 다른 지역 난민이 기관을 통해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그런 경우였다.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다가 한국에 온 어머니는 식당, 카페 등을 거치면서 생계에 매달려 왔다. 최근 유치원 영어 교사로 일하면서 고정 수입이 생겼고, 조금 더 나은 집으로 이사도 했다. 주거 환경이나 부족한 것들을 헤아리면 한국 사람이 보기에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럼에도 아주 긍정적이라며 두 활동가는 다행스러워했다.
“고향이 경상도인 제가 타 지역에서 살게 됐을 때 적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생각났어요.”
고명성, 배숙희 두 활동가가 처음 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난민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관심이 있거나, 뚜렷하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고향을 떠난 자신이 이주민으로서 겪었던 어려움이 생각났고, 막연히 함께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욕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일 뿐, 직접 맞닥뜨린 현실에서 이들은 관계를 맺는 새로운 상황을 통해 배우는 중이다.
“외국에서 여행도 아니고 홀로 살기 위해서 왔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지낼까. 친구나 언니 같은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활동 내용이 궁금해서 교육받았고요. 외국인 홈스테이를 몇 차례 경험해서 언어 장벽은 큰 걱정이 아니었어요. 서툰 아이의 언어, 손짓으로 하는 소통에서 오히려 기쁨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배숙희 활동가)
“난민 이웃과 동행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특히 미얀마 상황을 생각하면서 어떤 것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지요. 그런데 막상 생활 환경과 종교, 문화 등이 다르니까 서로 굉장히 조심스럽게 되더라고요. 정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생계 문제가 절박하고 그 외의 생활은 생각지도 못하는 부분이고요. 심리적으로도 완전히 편안하지 않죠. 우리는 친정 언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분 입장에서 우리는 ‘선생님’이에요.”(고명성 활동가)
몇 개월 되지 않은 탓에 아직 서로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때로 작고 소중한 기쁨도 있다.
활동가로서 이 가정을 처음 만난 다음 날 난민 인정을 받았던 것도 기뻤고, 조금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최근 활동가들이 집으로 초대했을 때, 한국 음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언젠가 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에는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전에 살던 집 이웃으로부터 심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함께 분노하다가, 새로 이사한 집 주인이 월세를 낮춰 주었을 때는 또 제 일처럼 고마웠다. 엄마도 아이도 컴퓨터가 필요한데, 규정상 직접 사 줄 수 없으니 구해 주고 싶지만 쉽지 않아 안타까워 했다.
처음에는 난민이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고, 막연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활동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만나는 가정 외에 다른 활동가들의 경험도 공유하면서 ‘난민’이라는 이름 지어진 이들이 아니라, 그저 이웃, 친구, 친정 동생 하나를 맞는 중이다.
“난민들이 정착해서 살면서 이웃들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럴 때는 해결해 주지 못하더라도 편들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해요. 이주 여성들에게 친정엄마 되어주기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 활동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마음처럼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지만, 가족이 되어 주고 편이 되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배숙희 활동가)
“난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더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왜 난민을 받아들이냐는 이들이 있잖아요. 이제는 정부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 나서서 그런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고명성 활동가)
구리EXODUS 김상기 신부는 “2년째 활동가들이 난민 가정과 동행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고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한편, 끝없는 어려움에 빠져있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우리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확인하면 서로 힘이 될 텐데, 난민들이 상황은 늘 어렵고, 그 수도 늘어난다. 나아지지 않는 그들의 현실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면서도, “그럼에도 활동가들은 중간에 포기하는 이들이 없다. 늘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친구가 되기 위해 활동하는 것에 늘 감사한다”고 말했다.
2021년 말 한국의 난민 인정률(난민심사결정자수 대비 인정자 비율)은 1퍼센트다. 심사 결정 건수는 총 7109건이며, 이 가운데 난민 인정은 72명, 인도적 체류 허가는 45명, 난민 불인정이 6992건이다. 심사 기간은 평균 23.9개월, 가장 길게는 약 48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부터 난민 입국자 수가 줄었지만 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최소 1년, 최대 2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사이 겪어야 하는 삶의 무게는 오로지 그 자신들의 몫이다.
김상기 신부는 “대부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활하는 데에 이런 것까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 생필품도 부족한 이들”이라며, “교구 센터를 통해 최선을 다해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더 많은 이가 난민들을 위한 나눔과 후원에 참여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리EXODUS 김진향 활동가는 “돌봄은 끝이 없다. 중간에 힘든 일도 있고, 생각지 않게 갈등을 일으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통해 또 많이 배우게 된다”면서, “활동가들이 난민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애쓰는 것을 느낀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 무엇이든지 난민을 위해 나눠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난민돌봄 활동과 후원 문의
구리EXODUS : 031-566-1142
의정부EXODUS : 031-878-9626
파주EXODUS : 031-948-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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