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세상을 바꾸는 여름' 포럼
개신교 동성애 반대 운동, 신앙 본질 왜곡 위험
왜곡된 종교 신념을 불러오는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 넘어서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높은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일부 그리스도교계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 88.5퍼센트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지만, 그리스도교계 내 찬반 양상은 첨예하고 반대 활동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 10개 단체의 연대체인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이하 평등세상)은 8회에 걸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9일 온라인으로 열린 7번째 포럼에서는 ‘차별금지법 이후 교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가 강의하고,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이수연 목사(새맘교회)가 토론했다.

(왼쪽 위부터) 장예정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아래 왼쪽)박한희 변호사, 조진선 수녀.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먼저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 각 나라가 공통으로 규정하는 차별금지 사유의 원리, 가정과 종교 등 차별금지법 적용이 제한되는 영역의 문제를 강의했다. 이어 박한희 변호사는 공동대리인으로 참여하는 재판 사례를 통해, 차별금지 영역에서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인지와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폈다.

나라나 시대마다 차별금지 사유는 다르지만 차별금지 사유의 원리는 공통적이다. 홍 교수는 소수자 집단에 대한 오랜 차별, 대부분 차별의 합리적 이유 부재, 차별 요소가 생물학적, 태생적, 사회적 요인으로 어떤 이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등,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비자발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요인들은 인간 존엄을 훼손하고 차별을 조장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다. 대부분 나라는 차별금지 사유에 이 부분을 포함시키며, 국제인권조약, 유럽연합기본권헌장 등 국제문서에도 명시됐다.

홍 교수는 “성별 정체성이 타고나는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 논점이지만 차별금지 사유를 규정할 때는 선천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다른 사람이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차별받아서도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가정, 기업, 종교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적용이 제한되지만, 아무리 사적 영역이라고 해도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이용 등에서는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적 영역에서는 차별이 금지되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차별이 일어난다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그 가운데 가정과 종교는 차별금지법의 직접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이 세계 흐름이지만 “종교가 차별금지법 직접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영향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차별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0년 전만 해도 개신교 교단 가운데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여러 문제가 남아 있지만 2021년 기준으로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이 대부분”이라면서 “법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 차별이 사라지다 보니 교회도 영향을 받는다. 차별금지법이 종교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지만 사회의 차별을 금지하다 보면 종교 내 차별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어 박한희 변호사가 ‘장신대 무지개사건’과 인천퀴어문화축제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면직당한 이동환 목사 사건을 소개했다.

장로회신학대학원 학생들은 2018년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예배에 참여했다 학칙에도 없는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학교는 이들을 학사지도 위반, 수업방해, 명예훼손, 불법행사 개최를  들어 징계했지만 이들은 무지개색 옷을 입었을 뿐, 소란을 피우거나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학교가 근거 규정을 만들면서까지 징계를 강행하자, 같은 해 12월 학생들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냈고, 2019년 법원은 학교의 징계는 그 절차만으로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학교는 징계가 잘못되지 않았고, 사과나 책임질 이유도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를 상대로 지난 5월 징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갔다.

박 변호사는 “장신대는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로, 정부 지원을 받는 일반 대학교다. 아무리 교단이 설립했다 해도 학교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공적 역할이 있는데도 부당한 징계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몰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br>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한편 대한기독교감리회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2020년 10월 감리교회 내 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이 목사 정직 처분의 근거는 대한기독교감리회 교리와 장정에 명시된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 면직” 규정이다. 이 목사는 바로 상소장을 냈지만 올해 7월까지 재판이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기탁금 미납을 이유로 결국 각하 결정을 통보 받았다.

박 변호사는 “축복기도가 동성애 찬성, 동조가 될 수 있는가가 쟁점이다. 축복기도는 목사라면 누구에게든 할 수 있고, 죄인이라 해도 축복하고 함께 기도하는 것은 목회자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종교단체도 국가 법 테두리에서 활동해야 하므로 그 운영원리나 규정들이 사회법과 많이 어긋나거나 위헌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차별금지법의 정신에 비춰볼 때 종교 내부 규정에 혐오나 차별이 명시돼 있다면 충분히 법적으로 다룰 만하다”면서 “2020년 유엔 종교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도 종교의 이름으로 차별, 낙인, 혐오를 명시하는 것은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될 수 없고, 국가는 이를 감시하고 권고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차별은 하느님에 대한 배신
차별금지법에 대한 한국 천주교 입장, 더 큰 상처 돼

차별금지법 제정을 전후해 교회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는 각자 고유하고 다양하게 창조돼, 하느님 신비에 맞닿아 있는 인간의 존재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유하고 다양한 또 다른 ‘나’들이 어우러진 생명의 향연이 있을 뿐, 남자도, 여자도 없는 그냥 사람들”인데도, “소수의 사람들을 성소수자로 분류하고 낙인 찍고 차별하는 것은 폭력적이며 하느님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조 수녀는 “사실 차별금지법을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외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창조 섭리’를 거론하며 앞장서 반대하는 것은 저에게 충격”이라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름’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 하느님 사랑을 느끼는 세상이 될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br>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어 차별금지법 이후 교회가 가야 할 길로 ‘치유와 화해를 이루는 환대’, ‘혼인 및 가족 구성에 대한 교회의 존중과 모색’, ‘다름과 함께 사는 공존능력’, ‘모두가 구원되고 행복한 세상 참된 구원관’, ‘서로를 돌보는 다리 놓기’를 제안했다.

제안에 앞서 그는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명서’를 읽으며 분노를 느꼈다면서,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교회의 일방적 시선”과 “사람에 대한 단호하고 평면적인 시선”을 비판하고, 이것이 “상처받고 주눅 들어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떨고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특히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에 가담했다"면서 "이제 상처받은 이들 특히 성소수자들을 환대하는 전례나 프로그램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치유와 화해를 이루는 공동체, 아무도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믿음의 공동체, 단죄와 배제가 아닌 해방의 공동체, 상처받은 이들이 안전하고 평온함을 느끼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녀는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저항이 크겠지만 일단 무엇이든 과감하게 실행하고 제안하는 무모함이 필요하다”면서 “획일적, 일방적 방식들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만나 들어 보고 함께 고민하며 성령의 입김에 따라 교회 공동체는 혼란의 길을 택해야 한다. 카오스는 창조의 전제 조건이요 배경이다. 두려움과 혼란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하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교단 차원의 조직적 차별, 연합으로 맞서자
교회의 동성애 반대, 객관적 사회정의 억압해
왜곡 불러오는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 넘어서야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김희룡 목사는 최근 보수 개신교단에서 일어났던 몇 사례를 들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교회의 반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 개신교인들이 차별금지법을 성소수자 옹호 및 동성애를 권장하는 법률로, 성소수자 문제를 재론할 가치도 없는 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지지 발언을 이유로 2020년 이홍정 목사(한국교회협의회 총무)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전국 노회들의 잇따른 파면 요구, 2020년 동성애 지지,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헌법 시행규정에 따른 대전신학교 허호익 교수 면직, 출교 등이 그 예다.

김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신학생, 교수, 목회자, 개별교회는 당분간 시련을 겪거나 이단으로 정죄받을 수 있는 과도기를 보내야 하는 이때, 무엇보다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에 열린 의식을 지닌 교회들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교회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에 열린 의식을 표명하는 교회와 그 구성원들을 지지하고 지켜주는 일에 연합해야 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해 정치권이 나설 수 있도록 정치적 압력을 넣는 일에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 동성애 반대 운동은 교회의 윤리를 국가의 제도로 관철하기 위해 사회와 정치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국가의 객관적 정의 기능, 교회와 국가의 합당한 관계,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교회의 동성애 반대 운동이 동성애라는 주관적 정의만을 위해 그보다 더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객관적 정의들을 외면하고 억압하게 되는 위험성과 현실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고 한 행동이 객관적으로는 얼마든지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연 목사.(새맘교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이수연 목사.(새맘교회) (이미지 출처 = 평등세상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한편 이미 많은 이가 교회를 떠나고 있다. 기존 교계가 권위주의과 무례함, 난민과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등에 대한 혐오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연 목사는 이에 대해, 교회가 포용과 환대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혐오의 힘으로 지탱해 온 한국 교회는 스스로가 혐오집단이 되고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면서 “평등법 제정을 앞두고 한국 교회들은 벌어지지 않을 극단적 시나리오를 퍼뜨리며 교인들을 오도하거나 누군가를 공격하지 말고 자신들의 혐오 언어를 스스로 돌아보고, 만연된 교회 세습과 목회자 성범죄 등 문제를 회개하고 자정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왜곡된 종교 신념을 불러오는 문자주의적 성서 해석을 넘어서야 한다. 이 목사는 “생명, 정의, 평화라는 성서 정신”을 바탕으로 특정 시대와 문화적 틀에서 벗어나 성서와 인간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성서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동성애를 사형죄로 다스렸던 중세 시대나 히틀러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 물리적 폭력이 없어도 혐오는 살인”이라면서 “세상은 아는 이것을 이제는 교회도 알아야 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평등법이 제정된 뒤 한국 교회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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