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무처장 사생활 폭로와 사임, 협박편지 일상화 우려
(재크 데이비스)
7월 20일, 인터넷 가톨릭 매체인 <필라>는 미국 주교회의 사무처장 제프리 버릴 몬시뇰이 “근래 범람하는 (교회의) 성학대와 성추문을 가톨릭교회 안에서 감독하는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 일련의 성적 비행을 저질렀다”고 고발하는 기사를 냈다.
<필라>는 버릴 몬시뇰의 위치 정보와 관련된 이동통신 데이터를 구입해 분석한 결과 "그가 불법적 성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필라>는 J.D.플린과 에드 콘돈이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세계 최대이자 극우인 가톨릭 매체) <EWTN> 산하 <CNA> 편집자 출신이다.
이 기사가 20일 보도되기 직전, 미국 주교회의는 버릴 몬시뇰이 “했을 듯한 부적절 행위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들이 곧 나올” 것에 앞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여러모로 우울한 기사도 드물다. 버릴 몬시뇰 기사와 이 기사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풀어내 분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복잡한 여러 문제가 얽혀 있기도 하고, 또 각각 이슈가 불명확한 함의들을 담은 힘든 이야기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기사가 나온 것은, 내가 아래에 지적한 5가지 문제처럼, 이제 미국 가톨릭교회가 한 가지 위험스런 새 현실 속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 준다.
1. 한 고위 사제가 자신의 독신 약속을 어겼을지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공개적인가와 관계없이 (이에 대해 아래에 길게 썼지만), 미국 교회의 최고위직 사제가 늘 자신의 독신 약속을 깨고 있다면 이것은 나쁜 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설사 상대와 동의한 것이라 해도, 한 사제가 독신과 정결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성적 온전함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교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보여 주는 증언이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배우자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슬픈 이야기다. 이번 <필라> 기사가 고발하고 있는 바는 약함의 한 순간이 아니라 이중 비밀생활로 이어지는 한 패턴이다.
버릴 몬시뇰은 (일반 신자의) 귀에 익는 이름은 아니지만 평범한 신자가 아니며 더구나 평범한 성직자도 아니다. 그는 미국 교회를 대표하는 저명한 조직인 미국 주교회의 사무처장으로 이 조직의 운영을 도왔으며, 전체 교회에 큰 영향을 주는 교회의 여러 정책과 문서 작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
물론 여기에는 성적 비행에 관한 보도를 처리하는 정책이나 문서도 포함된다. 만약 2018년에 미국 교회의 성학대 추문이 다시 전면에 드러났을 때 교회가 좀 더 투명하게 되도록 돕는 일을 맡은 (버릴 몬시뇰도 일부 그 역할을 했다) 누군가가 투명하지 않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면,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살아낼 능력과 그 신뢰성에 해를 끼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도 이번 뉴스를 듣고 기뻐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 누구도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죄를 짓는다는 식의 주장을 하거나 이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추문들을 내부적으로 잘못 처리해 왔다는 평판을 받는 것에 비춰 본다면, 이번 같은 탐사 보도 기사는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엄청난 후폭풍이 있다. <필라>가 제시한 증거들은 설득력은 있지만 결국 정황 증거에 그친다. 그 기사는 버릴 몬시뇰과 “연관된” 한 휴대폰을 인용하고, 그가 방문한 장소들이 담긴 데이터를 확인 점검한다. 앱과 위치 정보를 가지고 한 개인에 관해 어떤 추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얻은 가정들만 가지고 기사 보도에 필요한 기준을 넘는다는 뜻은 될 수 없다.
2. 이 기사는 탐사는 잘 했지만 언론 윤리에 여러 의문이 있다
한 사제의 비범죄적 행위에 대해 휴대폰 위치정보를 통해 얻은 정황 증거를 토대로 어떤 기사를 낸다는 결정은 여러 가지 언론윤리 문제가 있다. 그중 몇 가지만 들어 보자.
첫째, 방법론이다. <필라>가 이번에 쓴 기사에 관해 여러 의문점이 있는데, 우선, 왜 버릴 몬시뇰이 1번 타겟이 됐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그가 의도적인 목표였는지 또는 폭넓게 조사하다 보니 우연히 드러난 것인지 하는 문제다. 이는 또한 증거로 쓰인 정보가 어디에서 나왔는가와 연관된다. <필라>는 “상업적으로 구할 수 있는 앱 신호정보 기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거래에 누가 관여했는지, <필라>가 버릴 몬시뇰에 관해 이미 다 정리된 정보를 샀는지, 독자적으로 찾아낸 것인지 또는 (정리되지 않은) 원자료를 산 것인지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필라>가 일단 이 기사를 내보낸 뒤 추가로 밝힌 것만으로는 이 점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미국 기자협회 윤리강령(별로 길지도 않고 함의는 풍부한)을 대충이라도 읽어 봤다면, (이번에 <필라>의 기사가 나오기 몇 시간 전에 <CNA>가 낸 기사에서 보듯) 과거 수년간 다른 가톨릭 매체에도 제시되어 왔을 법한 익명 기사를 사서 쓴다는 윤리 문제를 지나치기 어렵다. 이 윤리강령은 편집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취재원을 명확히 밝힐 것. 독자는 취재원의 신빙성과 동기를 판단할 가능한 많은 정보를 받아 볼 권리가 있음.” 또한, “비밀스럽거나 기타 구린 정보 수집 방법을 피할 것.” “선정적 호기심에 영합하지 말 것.” <필라>의 이번 기사는 이런 기준들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약간의 익명 취재원이나 일부 비밀 작업이 없는 큰 보도는 아주 드물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밝힌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에게 그 유명한 “목구멍 깊은 곳”(Deep Throat)이라는 익명의 취재원이 없었다면 닉슨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을 피해 갔을 것이다. <아메리카>의 기자들 자신도 때때로 중요한 발언을 따거나 민감한 사안 뒤의 적절한 사실을 전하기 위해 익명 취재원에 의존한다. 하지만 이번 <필라>의 기사는 그 위치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그 정보를 사기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누군가 사회의 선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과 누군가 한 유명인의 잘못된 처신을 담은 황색언론용 더러운 사진을 팔려고 했다는 것 또는 정적의 오점을 담은 정보를 산다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 기사와 관련된 돈 문제를 못 본 체하기도 어렵다. <필라>가 이 위치정보를 사기 위해 돈을 마련한 일에 대해 더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필라>에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나 조직의 동기를 신뢰하기 어렵다.
3. 프라이버시(사생활) 문제들
위치 기반 앱을 써서 정보를 추적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을 가진 어느 미국인에게나 오싹한 일이 될 것이라고 공개하는 짓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에 버릴 몬시뇰을 지금 처지에 몰아넣은 것과 똑같은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있다. 그런데 당신이 어디에 오고갔는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지난 수년간의 기록을 누군가가 언제든지 아주 자세하게 공개해 버리는 일이 완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여러 기사에서 다양한 그룹들, 즉 군, 정부, 그리고 사적인 조직들까지도 특정 개인들에 관해 그런 정보를 수집해 왔음을 보여 줬다.
버릴 몬시뇰이 이런 정보가 공개될 수도 있음을 (진즉) 알고 있어야 했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의 기사들을 보면 우리의 행위에 관한 정보가 그 정보를 사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많이 팔릴 수 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의 프라이버시 프로젝트(이 프로젝트는 무섭도록 복잡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자료다)가 표현하듯이, “미국의 대의 민주주의 내부에서, 만약 정부가 12살 이상의 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24시간 내내 드러내는 추적 장치를 지니고 다니도록 명령을 시도한다면, 시민들은 당연히 분노하여 일어설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의 앱스토어가 만들어진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은 이런저런 앱을 쓸 때마다 사기업들이 운영하는 그런 시스템에 동의하며 살아 왔다.”
<필라>는 이번에 버릴 몬시뇰 기사를 냄으로써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 전문가들은 <워싱턴포스트>에 “휴대폰 정보가 비익명화된 상태로 공개 기사화되는 다른 사례들을 떠올릴 수 없지만, 그것은 (현재) 불법이 아니며 사람들이 다른 이에 관한 어떤 정보들을 사고팔 수 있는지 알게 되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4. 이번 보도는 동성애와 아동 성학대를 무의식적으로 잘못 연결했다
내 동료인 제임스 마틴 신부(예수회)와 <RNS>에서 일하는 스티브 밀리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즉, <필라>의 기사는 여러 문단에서 동성애혐오 고정관념을 뿌려댔다. 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어느 성직자에 관해 이렇게 엄청난 품을 들여 취재하곤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맞는 질문이다.
이번 <필라> 기사에서 가장 역겨운 면 가운데 하나는, 버릴 몬시뇰이 다른 남성들과 비범죄적 성적 만남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그가 또한 아동들을 성학대하는 데 따르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엄청 긴 분량을 들여 내비치고 있는 점이다.
총 2800 단어 길이의 이 기사에서 1300 단어가 넘는 분량이 (그가) 미성년자 성학대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확인하는 데 쓰였다. 기사 첫머리에서 “버릴 몬시뇰이 Grindr(게이, 양성애자 남성을 위한 네트워킹 앱)을 쓰면서 미성년자와 접촉했을 것을 시사하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이 기사는 버릴 몬시뇰 이야기와 함께 여러 사제들의 범죄적, 학대적 행위의 사례 다수를 마치 버릴 몬시뇰 건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언급한다.
이 기사가 나오고 하루 뒤, 플린 씨와 콘돈 씨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공동 성명을 냈다. 그들은 “문제가 된 그 지도자가 미성년자들과 관련된 그 어떤 목적으로든 그 앱을 썼다고 볼 점이 전혀 없고, 우리는 그와 반대인 어떤 것도 은근히 내비치려 원하지 않았다”라고 하고는, 다시금 “법 집행 당국, 아동보호 운동가, 학자들이” Grindr와 같은 앱들이 “미성년자를 의식적으로나 비의식적으로 착취하고 학대할 위험을 만든다”라고 경고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런 내비침을 정당화했다.
성학대가 특정 사회관계망 앱을 통해 일어나고 있으므로 해당 앱을 쓰는 모든 개인은 그가 누군가를 성적으로 학대해 왔는지 여부를 파악할 특별 정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시사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성학대는 많은 그룹을 통해 일어나는데, 가정이나 보이스카우트도 포함되며, 물론 사제들도 포함된다. 한 성인이 이러한 가정, 보이스카우트, 사제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 그렇게 길게 성학대와 본질상 연계돼 있다고 시사할 필요가 생기는가? 아니다.
<필라>의 이번 기사는 가톨릭교회의 성학대 위기는 동성애 때문에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교회 내 일부 경향성을 확인해 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여러 연구에서 그 반대라고 결론지었음에도 말이다.
5. 이 기사로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협박이 횡행할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 기사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가장 슬프고 위험한 문제는 이것이다. (이런 기사가 나왔으니)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기사에 쓰인 데이터에 또 무엇이 담겨 있을까? 우리는 그 출처도 아직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교회의 한 관료가 이런 식의 보도에 피해자가 된 이상, 이제 전체 교회, 즉 모든 구성원이 일종의 수치스런 정보 폭로를 당할 위험에 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회 지도부에 속한 이들은 그가 사악하거나 무죄하거나 간에 그런 사적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여러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주교라거나 사제라는 공적 지위에 있다고 해서 일반 대중이 그런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지위에 있는 지도자 자신은 물론 그를 감독하는 책임이 있는 이에게는 더 높은 기준이 부과된다 해도 그렇다.
이번 <필라> 기사가 교회의 투명성을 더 높이고 비밀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어렵다. 대신에 협박편지라는 청사진이 보인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협박편지라는 위협은 성학대를 은폐하는 한 요인이다. 자기의 평판이 무너질까 두려운 이들이 누군가 선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결코 경적을 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 대부분은 교회가 저지른 죄와 부패가 밝은 데에 드러나기를 바라고, 가톨릭 언론은 교회에 책임을 묻는 데 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에 쓰이는 보도 방법은 우리가 우리 지도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투명성과 진실이라는 같은 기준에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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