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금지에도, 주교 1명 포함, 온라인 축복식 개최
교황청이 사제들에게 동성결합 축복을 금지한 지 채 세 달이 안 되어, 약 10명의 미국 가톨릭 지도자와 단체들이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에게 축복식을 함으로써 성소수자 6월 인권의 달(Pride Month)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켄터키 주 렉싱턴 교구의 존 스토우 주교는 6월 1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가톨릭 성소수자 축복식 참가자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가까이로 초대하고 있으며, 그 하느님은 여러분 모두와 깊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명과 사랑의 원천인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가진 큰 존엄과 가치를 아는 기쁨으로 채워 주시길 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재의 첫 순간부터 사랑 안에서 창조되었고 축복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스토우 주교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미국 가톨릭 고위성직자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 외에 여러 가톨릭 성소수자 단체의 지도자들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존엄 미국”(DignityUSA)이 주최했으며 공동후원자로는 가톨릭사회정의 네트워크, 남북미 자비의 수녀회 지도 팀, 전국 성소수자 태스크포스, 인권운동, 타일러 클레멘티 재단, 여성사제 서품회의 등이 참여했다.
'존엄 미국'의 멜리 바버 부회장은 “여러 면에서, 우리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이 행사가 있도록 자극을 준 데 감사한다”면서 행사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 3월 신앙교리성이 동성결합의 축복을 금지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당시 신앙교리성은 일부에서 동성결합을 공식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축복(이라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이를 금지했다.
바버 부회장은 “(지난 5월) 독일에서는 100여 개가 넘는 본당에서 동성 결합 커플들을 위한 축복식을 했다. 주교들은 그 교황청 회신이 현명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많은 가톨릭인으로부터, 우리의 지역 모임, 소셜미디어, 그리고 여러 다른 통로를 통해, 교황청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포용적 교회와 세상을 기념하도록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 모두가 열렬히 응해 줬다.”
이 자리에서는 미구엘 디아즈 전 주 교황청 미국대사, 메리 매컬리스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리고 에이즈 활동가이자 혼인한 동성애자 사제 버너드 린치 등에 의한 특별 축복도 있었다.
행사 중간에 성소수자 가정을 지원하는 가톨릭단체인 ‘존엄을 지닌 가정’의 지도부는 동성애자들이 예술에 특별한 기여를 했으며, 따돌림과 거부를 당하면서도 즐겁게 굴하지 않고, 어려운 처지의 아이를 기꺼이 입양하려 한다고 기렸다.
“다른 이에게서 받는 거부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주는 사랑의 돌봄과 자비로 바꾸어 내는 여러분을 우리는 축복합니다.”
교황청이 지난 3월 15일 하느님께서는 (동성결합이라는) “죄를 축복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고 한 것 외에도, 올해는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교회의 관계라는 면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1월, 추기경 1명과 주교 8명이 타일러 클레멘티 재단이 배포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 재단은 학교와 신앙 공동체들에서 반 동성애자 따돌림에 맞서 싸우는 단체다. 공동성명은 “선의의 모든 사람은 성소수자 젊은이들을 돕고, 지원하고, 옹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이 발표된 뒤 주교 6명을 비롯해 많은 가톨릭 수도회, 학교, 단체가 추가로 서명했다. 다른 한편, 미국 주교회의는 성소수자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차별금지 행정명령을 신임 바이든 행정부가 연장한 것을 반대했다.
로마에서는 5월 31일, 교황청 주재 미국대사관이 대사관 밖에 내걸린 성소수자 무지개 깃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대사관의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미국은 성소수자(LGBTQI+)의 존엄과 평등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의 권리는 인권이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존엄 미국'의 마리앤 듀디-버크 사무총장은 참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격려의 축복을 했다. “긍지를 지니고 나아갑시다. 이는 여러분에게 죄가 아니라 구원입니다.”
한편, 신앙교리성의 금지에 반발하여 계획된, 독일에서 지난 5월 10-11일에 있었던 여러 본당에서의 동성결합 축복식에 앞서,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바칭 주교는 교회에서 축복식은 “교회 정책에 관한 상징적 행위 또는 주장(protest)을 위한 도구”라면서 (동성애자를 지원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축복식을 이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각자의 구체적 처지에 맞춰 사목적으로 함께함에 있어서 모든 사람을 공정히 대우하는 것이 교회의 사목 직무의 일부”라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나는 이번에 계획된 것과 같은 공개적 행위들이 도움이 되거나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justice/lgbtq-blessings-service-kicks-pride-month-cathol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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