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부동산 추문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의 이정표

안젤로 베추 추기경은 자신의 절대 결백함을 세상에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thetablet.co.uk)
안젤로 베추 추기경은 자신의 절대 결백함을 세상에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thetablet.co.uk)

교황청이 7월 3일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횡령과 직권 남용 등 여러 혐의로 공식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베추 추기경은 교황청 외교관 출신으로 2011-18년에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2018-20년에 시성성 장관을 지내며 교황청 안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실상 '사무총장' 역할을 해 오던 인물이다. 그가 여러 재정 추문의 주역으로 떠오르던 중,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9월 24일 그에게 사임을 전격 요구했으며, 이에 그는 추기경의 모든 권한까지도 반납했다. 다만 그는 추기경 직함은 유지하고 있다.

교황청은 이번에 베추 추기경을 비롯해 모두 10명을 기소했다.

교황청의 추기경이 금융 범죄로 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에 교황이 된 뒤 계속 추진해 온 교황청 개혁의 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소 발표는 과거 교황청 국무원이 영국 런던의 한 고급 부동산을 3억 5000만 유로(약 4700억 원)을 들여 산 일에 대해 지난 2년간 수사한 끝에 나온 것이다. 이 사건은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비정상적인 수준의 거액인 수백억 원의 중개 수수료가 지불된 것이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함께 기소된 이들 중에는 우선 베추 추기경을 도와 일했던 세실리아 마로냐가 있다. 

또한 이탈리아 출신으로 런던에서 사업을 하는 대부업자 2명도 있다. 잔루이지 토르치와 라파엘레 민초네는 횡령, 사기,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됐는데, 토르치는 최근에 영국에서 체포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이지만 따로 부당가격 청구 혐의도 받고 있다.

교황청의 재무 감독기구에서 일하던 2명도 기소됐다. 교황청 재무정보국의 초대 국장이던 르네 브륄하르트와 부국장이던 토마소 디 루차다. 두 사람은 횡령, 직권 남용, 그리고 직무 비밀 누설죄로 기소됐다. 베네딕토 16세는 자금세탁 등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던 교황청의 재무관리 상태를 통제, 개선하기 위해 2010년 말 재무정보국을 만들고 (교황청 사람도 아니고 교회 고위성직자도 아닌) 스위스의 재무 전문가인 브륄하르트를 영입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이 조직을 바티칸 시국의 재정까지도 감독하도록 권한을 확대했으며, 2014년에는 위원을 전원 교체하면서 부국장이던 디 루차를 임시 국장으로 임명했다. 재무정보국은 2013년에 각국 재무 감독기관의 협의체인 에그몽 그룹에 가입했으나 2019년에 축출되었다가 그 직후에 교황청 검찰과 우려 사항을 해소하는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재가입이 허용되었다.

밀라노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니콜라 스퀼란스는 횡령,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밖에 교황청 국무원 정보자료국장을 지냈고 베추 추기경의 개인비서였던 마우로 칼리노 몬시뇰은 문제가 된 부동산을 사는 데 개입하면서 부당가격을 청구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다. 교황청 자금의 투자 관리인이었던 엔리코 크라소는 횡령, 부패, 자금세탁, 사기, 직권 남용 등 온갖 혐의로 다 기소됐다. 평직원인 파브리치오 티라바시는 부패, 부당가격 청구, 횡령, 사기, 직권 남용 혐의다.

각 피고인들과 연관된 회사 4개도 기소되었다. 둘은 스위스에 있으며, 다른 하나는 미국, 또 하나는 슬로베니아에 있다.

교황청은 이번 발표에서, 그간 사건 조사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영국, 저지, 룩셈부르크,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의 금융감독 기관과 협력해 왔으며 이 결과 “교황 성하의 개인적 자선사업에 쓸 목적이던 자금”을 포함한 “교황청 재정에 큰 손실을 끼쳐 온, 자금시장 조작자들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워크를 드러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역자 주: 저지섬은 만섬 등과 더불어 영불해협에 있는 여러 영국 왕실령 섬으로서 “영국”(UK)령이 아니고, 단지 영국에 국방과 외교를 위임하고 있다. 카리브해에 있는 케이맨제도 등처럼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다.)

교황청 검찰은 또한 그간 “바티칸 재정 활동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와 개혁 조치들”에 따라 일해 온 결과 이번에 “불법적이며 유해한 투기 활동”을 적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 산하 자금세탁감시기관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교황청에 전에 비해 긍정적 등급을 줬으나 바티칸이 고위성직자들의 기소를 더 쉽게 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교황청이 재정 개혁을 위해 많이 노력해 왔으나 추기경을 비롯한 고위성직자들이 기소된 적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 왔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교황청 형법을 개정해 추기경들도 평신도 판사로 구성된 교황청 형사법원의 재판에 넘겨질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추기경들은 설사 기소되어도 동료 추기경들이 판사로 구성된 재판을 받도록 돼 있었다.

한편, 베추 추기경은 “내가 절대 결백함을 세상에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브륄하르트는 “나는 항상 나의 임무를 정확하고 충실하게 수행해 왔으며, 교황청과 그 조직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thetablet.co.uk/news/14291/cardinal-becciu-faces-trial-on-embezzlement-ch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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