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주교회의 '특별 사목교서' 몰라
"사제들과 연계, 강론이나 강의에서 생태 관한 교회 가르침 반영하도록 지원하는 것 과제"
가톨릭기후행동이 기후위기에 관한 가톨릭교회 구성원의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월 21일부터 31일까지 교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기후 인식에 관한 설문 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신자, 수도자, 성직자에 따라 다르게 질문을 구성했으며, 11일간 총 3576명(신자 2717명, 수도자 619명, 사제 240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82.4퍼센트가 40-60대였고, 99퍼센트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혹은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우선 신자들의 인식을 살펴보면,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해 장바구니 사용,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줄이기 등을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 개선에 구조적으로 접하는 실천 방법과 동기 부여를 위해 신자 교육이 절실히 요구됨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또 본당의 실천에 관해서는 30.3퍼센트만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구의 실천’은 모르겠다는 응답이 39.4퍼센트였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었다는 답변은 51.3퍼센트였다. 그러나 지난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나온 ‘특별 사목교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에 관해서는 50퍼센트 이상이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지난해가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이었고, 지금은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크게 공감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자 80퍼센트가 ‘가톨릭기후행동’에 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다고 대답했다. 신자들이 바라는 교육 형태는 ‘본당 차원의 생태 영성 강의’(36퍼센트), ‘온라인 동영상 교육’(34.7퍼센트)이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교육을 받는 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소그룹 또는 동아리 모임에서 워크숍 형식의 교육방식이 권장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다음으로 수도자의 답변을 살펴보면, 교회 다른 구성원보다 수도자의 기후 인식과 실천은 상대적으로 높다. 주목할 것은 기타 응답에서 수도자들은 구조, 시스템의 문제와 수도공동체의 공동합의성 등을 언급했는데,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 개인 차원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체의 변화도 함께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 수도자들은 ‘수도회 지침서에 통합생태 반영’과 ‘생태 영성 관련 교육’이라고 답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관한 인식은 96퍼센트로 높게 나왔지만, ‘주교회의 특별 사목교서’에 관한 이해도는 49.6퍼센트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성직자 240명 모두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본당 사목을 통한 실천’에 관한 물음에서는 응답 내용이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도자 군의 3분의 1 정도만 ‘건물 에너지 효율 관리’와 ‘기후 및 생태 영성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속 교구의 대응에 관해서도 ‘말로는 하지만 실천은 잘 안 된다’(63.8퍼센트), ‘전혀 하고 있지 않다’(9.2퍼센트), ‘모르겠다’(8.8퍼센트)고 답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교구 사회사목이 본당과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성직자 95.4퍼센트가 회칙 ‘찬미받으소서’ 내용을 알고 있으나, 실제 사목에서는 강론에 활용하는 것 외에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 사목교서’는 58.8퍼센트가 알고 있었고, 41.3퍼센트는 모른다고 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주교회의 문헌이 사제들에게 좀 더 잘 전달되도록 각 교구에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환경 문제에서 한국 교회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교회 사목자의 인식이 바뀌고(42.1퍼센트), 기후위기가 환경을 넘어 모든 분야에 걸친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해(29.6퍼센트), 신앙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도록(27.9퍼센트) 교구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57.1퍼센트가 ‘가톨릭기후행동’을 들어 봤지만 그 활동은 모른다고 답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사제들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그리고 사제들이 강론이나 기타 강의에서 통합생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반영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번 설문을 준비하면서, 2005년 서울대교구의 ‘초록교회 만들기’를 위한 의식 조사 결과 등을 참고해 지난 20여 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폈다. 결과적으로 20년 전과 비교하면, 기대만큼 흡족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가톨릭기후행동은 “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교회가 환경 문제에 노력을 해 왔지만, 구조적 변화와 교회 기층 단위까지 뿌리내리지 못한 점이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톨릭기후행동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준비하는 방향을 정리했는데, 영적 차원에서 ‘찬미받으소서’ 관련 전례 확산, 교구 추천 기후활동가 양성, 교구 사제와 수도자 연수 및 본당 차원 생태 영성 교육 워크숍 등을 실천할 계획이다.
또 일상적 차원에서 ‘찬미받으소서’ 동아리 확산 운동, 금요기후행동 확산, 교구 간 활동 교류, 본당과 교구 차원의 햇빛발전소 등 자료 공유, 본당 및 교구 차원의 통합 생태를 바탕으로 한 사목 지침 마련 촉구, 먹거리(채식 위주 식단)와 농축산업에 있어 탄소배출 줄이기 운동 전개를 펼칠 예정이다.
정책적 차원에서는 환경시민단체와 연대, 지구법 제정 촉구,탄소배출 기업 감시, 교회 자신의 탄소배출 기업/은행에 대한 투자 철회 등 구조적 접근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 가지 차원으로 ‘7년 여정’ 동안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이며, 무엇보다 교회 구성원이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로 삼도록 교구, 본당, 수도공동체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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