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2020
이 책은 제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다. 1986년생인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가 제철소 내부 모습, 업무 과정, 노동자 문화, 그들의 정치 성향까지 직접 보고 겪은 것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또한 공화당을 지지하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저자가 진보주의자가 되면서 페미니즘, 임신중단, 총기 소지 등의 주제로 가족, 보수적인 동료들과 부딪히는 내용은 분열된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 책 속에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돌볼 꿈을 꾸었다. 수녀가 되려고 결심한 것도 부분적으로 그런 까닭에서였다. 살면서 뭔가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고 기도와 명상, 임신중단 반대 집회 같은 것이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나머지는 하느님이 알아서 하신다고―실제로는 아니었지만―사람들은 말했다. 반면에 이 진보주의자들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였다. 적어도 그렇게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여성 인권 단체와 앨라이 단체에 가입하고 에이즈 행진에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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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식탁에 앉아 있으면서 나는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을 했다.
“딸이 성폭행당했는데 어떻게 트럼프 같은 자를 지지할 수가 있어?”"(330-331쪽)
"나의 길은 나를 제철소 한복판으로 이끌었고, 제철소 근무는 잠시 나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통제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삶에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몇 년간 나를 힘들게 했던 문제들―가난, 성폭행, 질병―이 이제는 제어 가능한 것들로 느껴졌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부서진 것을 고칠 수 있었다. 조류가 쓰러뜨린 조각들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믿음이 수녀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때로는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은 철강 속에서 믿음을 발견했다."(410-411쪽)
“천국의 사다리”, 요한 클리마쿠스, 허성석 번역 해제, 분도출판사, 2020
요한 클리마쿠스가 수도승 전통과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금욕 생활과 관상 생활에 관해 30개 담화 형식으로 풀어낸 수도승 영성 전통을 종합한 고전.
요한 클리마쿠스는 575년경 시리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열여섯 살에 시나이 수도원의 수도승 마르티리우스의 제자가 됐다. 스무 살 무렵부터 시나이 산기슭 톨로스의 한 동굴에서 40년 동안 은수생활을 한 뒤, 시나이 수도원의 아빠스로 선출됐다.
- 책 속에서
"이 작품은 수도승생활 대부분을 은수자로 보낸 후 노년에 큰 공동체의 장상으로 봉사했던 인물이 쓴 것이다. 따라서 회수도승을 위해 저술한 은수자의 작품이라 하겠다. 요한이 염두에 두는 청중은 수도승이다. 하지만 그는 인류 전체에 대한 애정 어린 돌보심을 분명하게 언급하면서 자신의 담화를 시작하고 있다."(15쪽)
"참회는 세례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참회는 하느님과 새롭게 맺은 생명의 계약이며, 겸손은 참회에서 비롯됩니다. 참회는 육체의 유혹에 대한 부단한 의심, 내밀한 자기비판, 확실한 자기 경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참회는 희망의 딸이며 절망을 거부합니다. 참회하는 사람은 처벌을 받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참회가 죄스러운 행위와 완전히 반대되는 거룩한 행위를 통하여 주님과 화해시키기 때문입니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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