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환경회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등 종교인 촉구
종교인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원안대로 제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종교환경회의는 국회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반드시 원안대로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사고, 석탄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고, 이천물류센터 화재참사, 광주 파쇄기 협착 사망 등 끔찍한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특정 노동자 개인의 실수나 일탈일 수 없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 기업 내 위험관리 시스템의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조직문화 등에 따른 명백한 기업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마땅한 처벌법을 제정해 철저한 안전관리가 기업 운영의 필수조건이 되게 하는 것이 국회가 할 일”이라며, “노동자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사업장 규모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모든 사업장의 인허가권, 관리감독 책무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책임도 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일에 재개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치적 논쟁과 힘겨루기로 본의를 왜곡하거나 ‘죽임의 노동현장’을 삶의 일터로 바꾸는 법제정 골든타임을 낭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종단별 기도에 앞서 CJ진천공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사망한 현장실습생 김동준 씨의 어머니 강석경 씨가 발언했다. 8일째 단식 투쟁 중인 그는 “(단식 투쟁을 하는 것이) 우리의 자식이 죽어서만은 아니다.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다치거나 아픈 노동자도 너무 많은데, 국회는 이 법을 너무 미비하고 형편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이 법이 적용되어야 하며, 공무원 책임에 대해 부분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대재해법이 통과될 때까지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종교인을 대표해 7일째 단식 중인 양재성 목사(종교환경회의 공동대표)는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기업을 만들자는 호소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와 정권을 보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함께하고자 모였다”며, 정부와 국회에 이들을 호소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진 종단별 기도에서 양기석 신부(수원교구,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는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노동자가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일하다 희생되고 있다”며 “기업은 비용만을, 정부는 경제만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생명이 쓰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모든 일에 앞서 생명과 인권을 가장 큰 가치로 삼는 기회를 허락해 달라”며 “원안대로 중대재해법이 제정돼, 희생된 노동자의 영혼이 위로받고, 슬퍼하는 유가족의 눈물이 멈추고,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생명 중심의 사회로 거듭나도록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했다.
종교환경회의는 2001년부터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5대 종단의 주요 환경단체가 모인 연대체다. 새만금 갯벌 사업을 반대하는 삼보일배, 4대강 사업 반대 순례, 탈핵순례 등을 해왔다.
한편, 2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도 중대재해법 정부안을 비판하며 올바른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12월 30일에 정부가 낸 중대재해법 협의안이 원안의 입법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의 협의안에서 적용 범위를 1인 이상에서 2인으로 바꾼 것에 대해,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도, 구의역 김 군도 혼자 일하다 생명을 잃었다. 노동자 목숨 값을 인원수로 계산하는 것은 기업의 이윤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 10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2년 늦추는 조항에 대해서도, 사업체의 99.5퍼센트가 100인 미만이라며, “기업 경영을 위해 노동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며 입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 책임자의 의무 규정에서 위험의 외주화 관련 내용은 아예 삭제하는 등 “다단계 하도급과 파견, 용역이 다수인 현장에서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 지금의 상황과 달라질 것은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들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중대재해법이 원안대도 제정되길 간절히 바라며, 기도와 행동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에는 가톨릭농민회, 가톨릭평화공동체,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 전국협의회가 함께한다.
현재 국회 앞에서는 중대재해법 원안 통과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진행 중이다. 전국대리운전노조위원장 김주환 씨가 29일째,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김용균재단 이사장)와 CJ ENM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 씨(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이상진 씨(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5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단식 중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 외에도 4.16연대 등이 릴레이 단식으로 연대하고 있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중대재해법을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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