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평신도 7470명 “정치검찰 퇴진” 선언
지속 개혁 위한 법, 제도 개선 촉구

천주교 평신도 7470명이 참여한 검찰개혁 촉구 선언이 10일 서울 명동 성당 앞에서 발표됐다. ⓒ김수나 기자
천주교 평신도 7470명이 참여한 검찰개혁 촉구 선언이 10일 서울 명동 성당 앞에서 발표됐다. ⓒ김수나 기자

천주교 평신도 7470명이 참여한 검찰개혁 촉구 선언이 10일 서울 명동 성당 앞에서 발표됐다.

지난 7일 사제, 수도자 3951명의 선언에 이어 평신도들은 “정치검찰 퇴진”, “지속적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평신도 7470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연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곽성근 대표에 따르면, 지난 8일 시작한 온라인 서명 참여자는 이틀 만에 7000명을 넘어섰다. 정해진 서명 기한이 없어 앞으로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명 인원은 10일 낮 12시 기준 7470명이다.

천주교 평신도들은 선언문에서 “개혁에 저항하며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있는 현 검찰총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검찰의 행태를 민주적 국가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범죄 행위라 간주하고 즉시 시민의 명령에 복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간 “정의의 보루”가 아닌 “불의한 정권에 기생하는 하수인 노릇”을 해 온 정치검찰은 “백만 촛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정권이 끊임없이 추진해 온 검찰 권력의 분산을 막으려 기득권 수호의 이빨을 드러내고, 언론과 함께 검은 속내를 표출”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의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정치검찰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현 검찰총장을 포함한 정치검찰의 즉각 퇴진”과 “정치검찰을 감싸는 세력 퇴출”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더 나아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모든 권력기관의 각성과 지속적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참사 특별법’, ‘5.18 진상규명 특별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사회적 약자의 눈물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법령들을 조속히 제정, 정비”하라고 말했다. 

평신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영 명예교수(인하대)는 “오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는 역사의 분수령에 이르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예전처럼) 국정원의 위협이나 고문을 당하지는 않지만, 합법으로 행해지는 검찰의 자의적 법 집행으로 우리 삶이 파괴되고 국민이 불안해 하는, 범죄집단 수준에 가까운 검찰의 횡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어 김지현 저스피스 이사장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 검찰총장의 위치를 버린 사람”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정치검찰의 수십 년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공평, 정의, 평등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지금 완수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10일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결과를 지켜보고, 검찰개혁과 개혁 입법이 지연되면 온라인 기도회나 집회 등을 진행하고, 사제, 수도자 및 이웃 종교와도 연대할 계획이다.

이번 선언에 함께한 천주교 단체는 가톨릭노동장년회, 가톨릭농민회, 가톨릭평화공동체,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예수살이 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저스피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 천주교 정의구현 목포연합,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21세기 가톨릭포럼이다.

이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7천인 선언문을 낭독한 (왼쪽부터)이미영 소장(우리신학연구소)과 남상덕 대표(21세기 가톨릭포럼). ⓒ김수나 기자
이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7천인 선언문을 낭독한 (왼쪽부터)이미영 소장(우리신학연구소)과 남상덕 대표(21세기 가톨릭포럼). ⓒ김수나 기자

다음은 선언문 전문.

정치검찰 퇴진과 지속적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 촉구
천주교 평신도 7천인 선언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국민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오직 조직의 기득권만을 지키려고 개혁에 저항하며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고 있는 현 검찰총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검찰의 행태를 민주적 국가공동체를 붕괴시키는 범죄 행위라 간주하고 즉시 시민의 명령에 복무할 것을 요구합니다.

어떤 국가에서보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은 애초 정의의 보루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불의한 정권에 기생하며 하수인 노릇에 만족해 왔고, 국민의 명령대로 권력을 나누려는 정권이 들어서면 부끄럼 없이 권력을 탐하는 들개가 되어 왔습니다. 백만 촛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정권에서 끊임없이 추진해온 검찰 권력의 분화를 막기 위해 기득권 수호의 이빨을 드러내고, 또 다른 개혁의 대상인 언론과 함께 검은 속내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치검찰의 모습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의 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정치검찰은 더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통제 불능의 폭주 기관차가 되어 민주 사회의 전복을 획책하는 현 검찰총장을 포함한 정치검찰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합니다. 또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당국자와 민주 시민과 뜻을 함께하는 입법부의 제 정당들, 정의의 보루인 깨어 있는 사법부의 구성원들은 민주 시민을 위협하는 정치검찰들과 그들을 감싸는 세력을 함께 퇴출해야 합니다.

정치검찰과 그 두둔세력의 퇴출만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염원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더 나아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모든 권력기관의 각성과 지속적인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합니다.

특히, 7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방책으로 사회적참사특별법의 조속한 개정과 ‘5.18 진상규명 특별법등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입법과제들을 국회 통과와 실행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등 사회적 약자의 눈물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법령들이 조속히 제정, 정비되기를 촉구합니다.

의로움이 깃들어 있는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13 참조)을 고대하는 대림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가진 것을 내어 놓지 않는 어리석은 자들의 최후(루카 12,16-21 참조)를 알고 있습니다. 기득권 수호에 몰두하고 있는 현 검찰총장과 정치검찰들은 우리의 엄중한 경고와 요청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하느님나라를 만들어 가는 그리스도인 모두가 그 길의 동반자가 될 것을 선언합니다.

20201210일 서명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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