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발소 명상
- 박춘식
해마다 찾아오던 달력이
기억 밖으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멀어지고 있는 세정(世情)의 시력으로
푸시킨의 시 구절을 음미한다 그리고
미국 아가씨의 느물대듯 뭉클한 젖가슴이
푸근히 누르고 있는 새해 달력을 가만 본다
아가씨와 푸시킨을 집에 데리고 가서
달력을 함께 그리기로 마음먹는다
하느님이 내려 주시는 번개 같은
시각 시각 안에 초록 연필로
시상(詩想)도 함께 그리고 싶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6년 1월 25일 월요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이 시로 우리에게 친근한 러시아의 푸시킨은, 미인 아내를 두고 38살로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라는 구절이, 해마다 달력을 새로 걸어야 하는 이유라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하루가 나의 하늘이고, 내일이 되면 오늘 날짜는 어제로 달력에 남아 있습니다. 신앙생활의 시간 단위가 ‘하루’라고 한다면, 하루하루를 기도로 채우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는 계획을 세워 보는 일도 좋을 듯합니다. 새해 축복이, 독자님의 삶 안에 가득하기를 빌면서, 새해를 남보다 기쁘게 껴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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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