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두려운 명제

- 박춘식

여태껏 몰랐던

진정으로 두려운 명제


한반도 평신도들이 스스로 천주님을 믿고

교회를 일군 사실, 그리고 놀라운 가성직제도는

대단한 자랑이지만 그 안에 숨은 말씀이 있다

엄연한 이 진실은

성직자들에게 주는 하늘의 소리로 이어진다

- 주교 신부 부제 모두

- 평신도의 흙발을 매일 닦아 주면서

- 평신도의 아픔을 먹어야 한다, 는 명제이다


시인의 눈으로 곰곰이

그 깊숙한 뜻을 더듬어 본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루터를 즉시 파문하소서, 강력히 주장한 주교의 낯짝을 보고 싶습니다. 자신을 반성하지 않고 당장 벌하라고 교종에게 말한 주교나 추기경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로마의 추기경들은 낮에는 의젓하게 일했지만, 밤에는 자기 집에서 창녀들과 포도주를 즐겼다고 합니다. 로마는 추악하게 썩었다고 욕을 했던 루터의 용기가 대단하다 여겨집니다. 주교직은 예수님께서 정하신 막중하고 고귀한 직분입니다. 양들을 돌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스스로 먼저 무릎을 꿇고, 사도들의 발을 씻어 줍니다. 주교와 사제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 얼굴을 보고 절하는 것이 아닌데, 몇몇 성직자들은 근엄한 얼굴로 끄덕입니다. 마땅히 존경을 받을 성직이지만, 그전에 먼저, 신자들의 발을 닦아야 하는 겸손과 봉사의 낮은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는 두려운 직분임을 잊은 듯합니다. 한반도의 천주교 역사는 평신도가 처음 만든 장중한 역사이다, 라는 사실을 매일 생각하기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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