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우리에게 주검은
- 박춘식
죽음은
파장(罷場)처럼 우수수하지만
주검은 우리에게
영(靈)의 눈을 키우는 배유(胚乳)이다
하느님을 품고 있는
11월의 하늘은
혼들의 합창으로 하 맑다
안경을 두고 서둘러 삼도천을 건너간
어머니의 눈이 얼마나 밝아졌을까
산 너머 저기
시집 한 권 보내고 싶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위하여 전 세계 천주교회에서 특별 미사와 기도를 바치는 숙연한 날입니다. 저승을 생각하는 달이 11월이면, 북반구에서는 자연과 함께 엄숙한 죽음을 생각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죽음은 곧 새 생명의 싹이라는 사실을 느낄 듯합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 어른들의 싸움으로 죽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전쟁터에서 죽은 아이나 희귀병으로 눈을 감아야 하는 아이를 보면 그저 먹먹하기만 합니다. 저승에 가신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큰 자비로 평화를 영원히 누리기를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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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