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성모님의 맨발 

- 박춘식


며칠 전 본당 수녀의 교리해설은 뜨거웠다 - 성모님의 승천 - 성모님의 원죄 없으심 등등 - 하느님의 놀라우신 섭리에 감동했다 - 그런데 바로 오늘 - 성모님승천대축일 아침 -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 위 - 파티마 성모님의 맨발을 - 엄마 손 잡듯이 - 매만지고 있는 까치발 아이를 보는 순간 -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한 시간의 열렬한 교리보다

저 아이의 작고 보드라운 손길이

이처럼 가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찾느라고

8월 15일은 밤에도 뜨거웠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기적을 무딘 마음으로 보는 덤덤함을 스스로 반성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난 것, 지금까지 살아온 일,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기적인데 그저 그렇게 일상으로 여깁니다. 성지순례를 단체로 다니는 도중 여러 가지 기적을 보고도 큰 느낌이 없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머리로만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서는 가슴으로 하느님을 느끼는 교육이 많지 않은 듯하여 좀 서운합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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