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노란끈을 묶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윤석

나쁜 어른들

- 박춘식

다급하게 물살을 잡는 손 손
여린 손가락이 절규한다
엄마를 부르며 울부짖는 파도

살아 돌아오너라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극락 왕생하기를
명복을 빈다
천국에 가서 행복하기를

나는 이런 말을 못한다
아이들이 죽는 것을 방관하고
살인을 묵인한 나쁜 어른임으로
입이 없어졌으므로
귀가 찢어졌으므로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4월 28일)

4월의 봄은 이렇게 눈물로 보내야 하고, 폴짝폴짝 뛰던 아이들을 마음에 묻어야 하고, 어른들은 더러운 나라를 떠날 생각을 하고, 밤새워 일구어놓은 세상을 정치하는 ○들이 말아먹고, 국민을 궁민으로 만드는 위정자들은 한두 달 지나면 또다시 뻣뻣한 모가지로 주둥이만 놀릴 것이고……. 희망이 안 보여 어두운 시가 되었습니다. 소주 판매량이 늘어나겠지요.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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