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 세례자 요한이 회개를 요구하며 고행했던 요르단 강 너머 광야. ⓒ한상봉 기자

자루옷

- 박춘식

요나의 외침을 듣고 니네베가 입었던
다윗임금이 나탄 앞에서 눈물로 입었던
푸대자루옷을
오늘 내가 입고 깜깜한 하늘을 보고 있다
묵묵히 무릎을 굽히고
머리와 가슴을 흙바닥에 내려놓는다
안팎의 어둠을 모아 불사르고
악취를 긁어내어 땅 깊이 묻은 다음
잿물로 영혼을 치대면서 눈물로 닦는다
사십 일이든
사십 년이든
사백 년이든
하늘이 손톱만큼이라도 열릴 때까지
하늘의 미소가 보일 때까지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3월)

돈만 생각하는 사람은 돈자루, 무지막지한 사람을 똥자루로 표현하는 말은 가끔 듣습니다. 정치가들은 악취 쓰레기자루라는 말도 들은듯합니다. 구약성경에 하느님 앞에서 죄를 뉘우치는 사람들은 자루옷을 입고 울며 기도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마음이 자루옷을 입고 하느님 앞에 무릎 꿇어 참회하는 기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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