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는 29일부터 휴가에 들어갑니다

설날이 다가옵니다. 서러운 날 아니고 ‘내가 바로 서는 날’이 시작됩니다. 지난 설움 다 잊고 다시 시작하자고 꼬드깁니다. 설날을 기다리며, 이 세상의 어둠 한 조각 베어 물고 지난 한 해를 버티었지만, 이제 새 날은 나를 제대로 좀 세우고, 바라고 고대하던 ‘기쁜 소식’, 교황님 말마따나 기쁘게 맞이할 일입니다.
문득 먼저 이승을 떠나신, 먼저 저승에 가신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치밉니다. 평생 목수로 살면서 다리 절룩이며 자전거에 의지해 걸어가셨던 생애가 아득한 그리움 같습니다. 마트에서 우동 말아주시던 어머니, 그렇게 생계를 도우신 분에게 생전에 해드린 것이 없어 마음이 적막합니다.
김사인 시인이 가려 뽑은 시집 <시를 어루만지며>에 이종문 시인이 쓴 시가 한 편 있네요. ‘효자가 될라 카머’입니다. 한 번도 내가 꿈꾸어 보지 못한 ‘효자’ 되는 법이 왜 이리도 간단한지. 왜 그걸 몰랐는지 후회막급입니다.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요즘 같아서야 ‘노인 추행’이라고 한 소리 들을 이야기지만, 그래서 정겹고 더운 이야기입니다. 설날을 기다리며, 어머니, 아버지, 지긋이 이름 불러보면서, 그렇게 설을 자분자분 맞이할 일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도 새해에는 좀 더 정겨운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시절이 험악해서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하느님, 그분께서 원하시면 아예 못할 일도 아닐 테지요.
독자님께서도 새해엔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 더 많이 누리시고, 그분 안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29일부터 일찍 설 휴가에 들어갑니다. 다음 주 월요일 다시 만날 때까지 무고하시고, 다복함이 마음에 겨운 날이 되길 바랍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한상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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