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박홍기

잠잠해져라
-박춘식

그분께서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마르코. 4,35-41)

그때 바람을 꾸짖으시는 말씀 따라
그분 가슴에서 나온 숨결 한 점이
구만리 장천에서 백 년 천 년
구름 위로 바람 위로 다니다가
마당의 모과나무 가지에 잠시 쉬더니
아침 햇살 펴질 때
부글거리는 내 허파 속으로 들어온다, 순간
——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
뜨거움으로
두려움으로
내 마음이 수평선 되어 하늘까지 이어진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4년 1월)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그저 하느님의 신비이려니 했습니다. 머리로 알았던 것입니다. 머리로 알아서는 좋은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는 듯 모르는 듯했습니다. 시에 미치다 보니, 머리로 만든 시는 공감을 주지만 마음으로 만든 시는 감동을 준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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