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정묵덕 사제와 김교욱 회장

- 박춘식

- 지난봄에 갔었던 공소 박 회장이 요즘
- 주일 공소예절도 안 한다고 합니다
서너 숟갈 점심을 마악 시작했는데
벌떡 일어나 성당으로 가는 성인 사제
한 마디에 한 시간 꿇어 기도하는 정묵덕 사제

성탄 판공으로 한밤중 산골 공소에서
교리를 지극정성으로 가르치고 있는 사제에게
김 회장이 식기 전에 밤참 드시라고 권하자
- 예 예 음식 식은 것은 먹을 수 있지요
- 영혼은 식으면 못 먹습니다 예 예 회장님

독일인 엑베르트 정묵덕 사제를
성주성당에서 정성껏 모셨던
다미아노 김교욱 회장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 그 어르신이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 정 신부님이 정말 많이 그립습니다
낙동강을 바라보고 누워계시는 정묵덕 사제도
김 회장이 그리워 눈을 껌벅거리며 예 예 하는지
분도수도원 묘지에 가서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11월)

왜관 수도원에 가면 정묵덕 신부가 생각납니다. 누구든 그분을 성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길이가 2센티 정도 되는 몽당연필을 가득 모아 둔 통을 보고, 근검절약의 모범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친척 형님인 다미아노 김 회장은 성당 이야기가 나오면 정 신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성인이라고 늘 말하고 있습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