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박홍기

구월을 품고

- 박춘식

구월을 품고 산으로 간다
믿으며 믿으며 믿나이다
종도신경(宗徒信經)이
골짜기에서 신공(神功) 바치고 있다
바다로 간다
목선(木船)이 거센 풍랑에 뒤흔들리자
하늘의 어머니께서 돛대를 잡아주신다
푸른 파도가, 예수 마리아 예수 마리아
솟구쳐 오르며 합장한다
광장으로 간다
순교자를 기리는 환호 함성이 한강을
한반도를 종려나무 가지로 가득 채운다

구월을 품고
구월을 부둥켜안고 믿음 안으로 들어간다
오만 군더더기 순교의 칼로 도려내면서
무릎 꿇는다, 참 나를 만나려고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9월)

‘순교’라는 글자만 보아도 조상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느님에게 참회하기 전에, 무릎 꿇고 순교자들에게 용서를 청하여야만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을 항상 생각하고 무엇이든 편리한 것만 찾으면서 미사나 기도도 좀 쉽고 편하게 하는 것을 은근히 바라는 마음은 순교자들에게 너무나 송구스러운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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