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다섯 가톨릭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각 2회, 총 10회 연재합니다. 첫 번째로 세계 교회에서 본 젊은이와 새 평신도 사도직에 대해 이야기를 전합니다. 집필해 주신 이주현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교회는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완성된 상태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교회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곧 교회이며, 그렇기 때문에 함께 공동체를 일궈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맡겨진 소명에 따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령께 용기를 청하는 것이다. 하느님 말씀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여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에는 누군가 높거나 낮음 없이 하느님 앞에 평등하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나이가 많거나, 어리거나 혹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직적 관계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교회 안에 이러한 잣대가 교묘히 스며들어 공동체를 함께 일구는 것이 아닌 수직적으로 명령화 되어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시노드에 참여한 두 젊은이

지난 10월 29일에 막을 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과감히 타파하는 시도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사제, 수도자뿐만 아니라 평신도 특히 ‘여성’과 ‘젊은이’를 이 자리에 초대해 투표권까지 주었다. 다채로운 구성원 중 나와 같은 젊은이로 눈여겨본 두 참가자가 있었다. 25세 줄리아 오세카(Julia Osęka)와 이번 시노드 참석자 중에 가장 어렸던 19세 와이어트 올리바스(Wyatt Olivias)다. 이 두 명은 북미 대표자로 선발되어 다른 참가자들과 동등하게 원형 탁자에 앉아 의견을 제시하고, 경청하고, 전례에 참여했다. 

줄리아는 폴란드 출신으로 세인트 조셉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또 학교 내 성당에서 신앙활동을 하며 필라델피아 대교구의 시노달리타스(함께걷기)를 위한 대학생 연합 모임(SCHEAP) 대표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필라델피아 교구장 넬슨 페레스 대주교의 강력한 의지로 2021년에 시작됐다. 그는 시노달리타스 지역별 경청 여정이 시작되자마자 젊은이를 위한 전문가를 꾸려 교구 내 모든 가톨릭 대학생을 초대했다. 여기에 응답하여 모임에 참여한 대학생은 무려 400명이었다. 그들은 반드시 교적상 교구 신자가 아니었고 줄리아처럼 다른 대륙에서 온 대학생도 있었다. 약 6주간 진행된 이 모임에서 줄리아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줄리아는 진정한 시노달리타스를 위해서 또래끼리만 얘기하는 것보다 “현재 교회의 리더, 즉 사목자, 수도자 심지어 주교도 만나서 우리와 함께 커피를 마셔야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페레스 주교는 그녀의 적극성에 감탄하며 바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마침내 미국 주교회의에 줄리아를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참석자로 추천했다. 

(왼쪽부터) 필라델피아 대교구장 넬슨 페레스 대주교와 줄리아 오세카 청년. (사진 출처 = 필라델피아 대교구)
(왼쪽부터) 필라델피아 대교구장 넬슨 페레스 대주교와 줄리아 오세카 청년. (사진 출처 = 필라델피아 대교구)

와이어트는 와이오밍주 샤이엔 교구(Diocese of Cheyenne)에서 교리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구 사목평의회 젊은이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시노드가 젊은 라틴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전체 미국 가톨릭 신자의 40퍼센트 이상이 라틴계이며 특히 30세 미만 가톨릭 젊은이의 절반이 라틴계이기 때문이다. 와이어트 역시 라틴계 출신이다. 미국 주교회의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 이 라틴계 신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어떻게 하면 다양성 안에 더불어 살아갈지 고민해 왔다. 와이어트는 이러한 가운데 시노드 대표로 선발되었고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또 밀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를 보편 교회의 일부가 아니라 내일의 교회(tomorrow’s church)로 치부할 때 무척이나 감정이 상합니다. 젊은이에게는 자신의 차례(their turn)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에서 큰 책임을 맡지 못할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이의 사목 참여

이번 시노드에서 이 두 또래의 활약을 보면서 내가 살았던 프랑스 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국토가 다섯 배나 넓고, 교구도 100개 가까이 되는 프랑스 교회를 한 사례를 들어 천편일률로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공동체에 깊숙이 참여하며 봉사했던 엑상프로방스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엑상프로방스 대교구는 프랑스의 첫 번째 교구이며 주교좌 성당인 생소뵈르 대성당은 무려 5세기에 지어졌다. 역사가 유구한 만큼 전통은 굳건히 지켜졌으며 사회적, 교회적인 통념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구는 많은 책임을 젊은 평신도에게 맡겼다. 대학가에 세운 젊은이 특화 본당(성당)의 리더들을 젊은 사목자 혹은 젊은 선교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교구 사목평의회뿐만 아니라 교구 안에서 사목적 논의가 필요할 때마다 참여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뱉었고 어른들은 그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경청했다.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2월 서울대교구는 사목평의회에 젊은이를 위원으로 임명했고 부산교구에도 올해 젊은이를 포함한 사목평의회를 출범시켰다. 또 인천교구는 올해 여름에 열린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를 초대해서 대회의 경험을 직접 듣고 교회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여러 교구와 단체에서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하는 여정 중에 젊은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노드 회의 모습. (사진 출처 = CNS)
시노드 회의 모습. (사진 출처 = CNS)

젊은이는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앞서 소개한 선례를 통해 젊은 평신도가 교회의 결정을 함께 논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오히려 사목자와 협력하여 교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게 결코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고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교회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교회와 젊은이, 사목자와 젊은이가 어떤 관계가 정립되어야 하고, 무엇을 위해서 어떤 사목자와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나와 이야기 나눴던 어떤 청년 사목자는 아직 젊은이가 어리고 교회적으로 양성이 덜 되어 있기에 공동체 책임을 맡기기보다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기보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지 의견을 피력한 점은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일방적인 교육만을 제공하고 또 공동체 활성화라는 핑계로 소위 사목 명령만 내리는 건 양성이 아니다. 젊은이는 가만히 앉아서 교회 서비스만 받아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양성은 서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아니다. 끝난 양성은 없고 완벽한 그리스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앞장 서서 ‘나를 따라라’라고 외치며 이끌 수 없다. 오히려 누군가 먼저 앞장서서 선의의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그것을 지지해 주고 부족한 걸 채워 주는 관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서로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들어야 한다. 이게 중요하다. 경청해야 한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몸짓, 발짓까지 보고 또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간에 신뢰가 생긴다. 사목자는 젊은이에게 사목적 역량을 아낌없이 나눠 줄 수 있고 젊은이는 교회를 믿고 스스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가 교회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 교회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교회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까. 난 가능하다고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는 시노드에 참석한 젊은이들. (사진 출처 = 바티칸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있는 시노드에 참석한 젊은이들. (사진 출처 = 바티칸뉴스)

이주현(그레고리오)

가톨릭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가톨릭평화방송>과 서울대교구에서 영상 제작자로 일했다.
2016년부터 세계청년대회 소셜미디어 한국어 담당자로 봉사하고 있고, '그레곰'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가톨릭 콘텐츠를 제작하여 올리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