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학연구소 줌 세미나

지난 8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파견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2027년 세계청년대회 서울 개최를 발표했다.

한국 교회는 들뜨고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처음으로 비그리스도교 나라에서 열리는 데다 몇 백만 명이 몰리는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더더욱 교회에서 청년들을 보기가 어려워진 현실에서 대회 준비 여정에 청년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5일 우리신학연구소는 줌 세미나를 열고,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과 청년사목을 담당하는 사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은 2027 세계청년대회에서 청년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한국 교회의 특수성을 보여 줄 신앙 콘텐츠가 필요하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대회 준비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서울대교구 청년 홍예진 씨(크리스티나)가 이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2027 세계청년대회 준비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리스본에서 사복 수녀와 평신도 여성이 성체분배를 한 것과 청년들의 신앙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십자가의 길 기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인파가 몰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고, 대회 수호성인에 관한 홍보가 부족해 수호성인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또한 개최지인 포르투갈 교회의 전통과 역사를 느끼기보다는 그냥 ‘유럽 성당’, ‘유럽 미사’로 다가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서 청년을 찾기 힘든 것이 세계적 현상인데, 아직 교회에 남아 세계청년대회까지 참석한 열정 있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교회의 미래와 희망이 무엇인지 사제, 주교와 대화하는 자리가 없어 유감스러웠다”고 말했다.

8월 1-6일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다음 2027년 개최지가 서울이라고 발표하자, 한국 주교들과 청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축하하는 모습. (사진 출처 = WYD Lisbon 2023)<br>
8월 1-6일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다음 2027년 개최지가 서울이라고 발표하자, 한국 주교들과 청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축하하는 모습. (사진 출처 = WYD Lisbon 2023)

소외당하는 사람 없이 모두를 위한 교회, 세계청년대회이길

세계청년대회는 개인 또는 교구, 수도회나 선교회 등 다양한 소속 단위로 참가한다. 홍 씨는 이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 예수회 마지스 청년센터 소속으로 참가했다. 그는 “교구 참가자가 아니면 대회 측과 원활히 소통하거나 자료를 받는 것이 늦었고, 다음 개최지 발표 때 교구 참가자만 무대 가까이 갈 수 있어 비주류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이번 세계청년대회에서 느꼈던 인파와 교통, 쓰레기 문제 등은 다음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한국 교회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10퍼센트인 한국에서 대회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국민이 이 대회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홍 씨는 ‘청년’대회이니만큼 청년이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리스본 대회에서 수도회, 평신도, 영성운동 등 여러 단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며, “본당, 교구 사제 중심인 한국 교회 특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와 영성으로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본 대회에 휠체어를 탄 참가자, 채식하는 이를 위한 비건 식단이 있었다며, 한국 교회도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회를 만들길 바랐다.

대회 주제에 관해서도 다종교 국가에 맞게 종교간 대화, 전쟁 종식과 평화, 민주화 운동 때 교회의 사회참여 등 한국 교회만의 특성을 살리길 제안했다. 이에 더해 교회에서 청년이 사라지는 현실을 점검하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청년 당사자들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울타리 넘어 ‘서울’ 세계청년대회로 

이어서 2023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 소셜미디어 한국팀장 이주현 씨(그레고리오)가 발표했다. 그는 세계청년대회가 이번으로 4번째며, 3번은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 씨는 이번 대회가 가톨릭, 즉 보편성을 충분히 보여 준 국제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세계청년대회 이름 앞에는 ‘가톨릭’이 붙지 않는다.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도 유대교, 무슬림, 불교 공동체 등 다양한 종교인을 초대했고, 이들도 대회 한 부분을 맡았다.

또 세대 간 교류에도 초점을 맞췄다. 18-35살 참가라고 규정이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이 씨는 조직위원회 안에서 어른들이 책임자가 아닌 인생 선배처럼 도움을 주도록 역할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나라에서 참가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도 참가하도록 배려했다. 그는 “특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청년들도 함께 초대해 하느님 안에서 평화를 누리면서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예진 씨와 마찬가지로 그도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해 세계청년대회의 의미를 알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가 여기는 것처럼 “세계청년대회는 본당 여름캠프와 같은 이벤트나 국제 행사가 아니”며 “왜 참가자들을 순례자라고 부르는지, 하느님을 중심으로 기도하고 세계 청년들이 어울리고 신앙을 표현하는 자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씨는 또 교구-본당-수도회가 연결돼 세계청년대회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교황님의 세계 젊은이의 날 메시지는 다음 해까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묵상하고 성찰할 숙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메시지와 주제를 교구 차원에서 연구하고 본당과 수도회에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본당 차원에서 젊은이 행사를 여는 포르투갈 교회, 세계청년대회 1년 전부터 주교회의 산하 젊은이의 날 특별기구를 설치해 각 대표자들이 교류했던 프랑스 교회 사례를 들었다.

특히 이 씨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울대교구라는 울타리를 무너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7 세계청년대회는 ‘서울대교구’ 세계청년대회가 아니라 ‘서울’ 세계청년대회”라며, 서울대교구가 대표성을 갖지만, “서울대교구 역할은 서울대교구 소속뿐 아니라 대회에 함께할 모든 젊은이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리스본 대회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는 모두 리스본 교구 출신도, 포르투갈 출신도 아니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서로 소속으로 집단을 나누고, 울타리 바깥의 사람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스본에서 한국인 국제 자원봉사자들은 한국 교회에서 모집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 교회로부터 아무런 사목적 돌봄을 받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며, 사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책이 주어져서는 안 되고, 많은 젊은이가 조직위원회 깊이 들어와 토론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원봉사자를 귀하게 여기고, 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감사 표현을 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8월 1-6일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모습. (사진 출처 = Flickr)<br>
8월 1-6일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모습. (사진 출처 = Flickr)

청년 없는 교회 현실 우려, 청년들이 어떻게 세계청년대회와 함께하도록 할 것인가

이어서 서울대교구 대학교사목부 담당 김도연 신부도 세계청년대회 정신과 목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청년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스본에서 세계청년대회를 일종의 관광 상품처럼 생각해 신앙에 무관심하거나 진심으로 참여하지 않는 일부 참가자를 봤다고 말했다.

또한 김 신부도 북한 교회와 연대, 선교사 없이 평신도의 힘으로 신앙을 성장시킨 순교자 영성 등 한국 교회의 고유한 영성을 담은 신앙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리스본 대회 때 한국 교구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청년들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남은 4년간 삶과 신앙이 일치돼서 자연스럽게 우리 신앙을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코로나19 이후 그나마 청년이 가장 많다는 서울 본당(성당)에서도 청년을 보기 어려울 정도고, 책임감 있게 자기 삶을 할애해서 교회 일에 나설 청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 원인이 성직자가 청년에게 교회와 함께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청년들이 교회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따지기보다는 이런 현실을 교회 구성원 모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세계청년대회에 청년들이 함께하도록 하려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영성적으로 이끌지 고민하고, 청년들도 대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서로를 어떻게 설득하고 논의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이와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85년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해’를 맞아 3월 30-31일(성지 주일) 로마에서 국제청년대회가 열렸고, 그해 4월 7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이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 전 주일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세계 젊은이의 날’(World Youth Day)로 정해 기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986년 3월 23일 로마에서 제1차 세계청년대회가 열렸다. 이후, 전 세계 청년들의 순례와 친교를 위한 국제 대회는 2년 또는 3년마다 개최국을 정해 열린다.

세계청년대회 주요 일정은 개·폐막 미사, 주교들의 교리교육, 참회 예절과 고해성사, 십자가의 길, 밤샘 기도 등으로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대회에 교종이 참석해 주요 일정을 함께하며 강론과 연설을 한다. 특히 교종이 주례하는 폐막미사 강론은 현대 청년들에게 건네는 격려와 조언을 담고 있다. 본대회 전에는 1주일가량 ‘교구대회’(Days in Dioceses)를 열어, 참가자들이 개최 교구와 인근 지역 교구들에 머물며 현지 신자들과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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