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그룹 '위아처치' 마르틴 쇼켄호프 박사 세미나

이 글은 '독일 교회에서 바라본 2023 세계주교시노드'를 주제로 지난 11월 27일 우리신학연구소가 주최한 줌 세미나 강연과 질의 응답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독일 주교회의는 평신도 기구인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ZdK)’와 함께 ‘시노드의 길(Der Synodale Weg)’을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노드의 길’은 2018년 ‘독일 주교회의 관할 지역에서 성직자들과 남성 수도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적 학대 연구(MHG)’ 결과에서 드러난 독일 교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제 독신제 폐지, 여성사제품 허용, 동성애에 대한 교회 입장 변화 필요, 평신도의 주교 선출 참여가 제안됐고, 이 같은 제안들이 교종청의 우려와 경고를 자아낸다는 한국 교회의 언론보도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한 안내는 없었던 점을 고려해 ‘시노드의 길’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1차 본회의에 대한 독일 교회의 평가도 들어 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마르틴 쇼켄호프 박사. (사진 제공 = 우리신학연구소)

독일 교회 ‘시노드의 길’

지금까지 독일에서 일어났던 시노드 과정은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이들이 독일 주교들에게 신앙에서 멀어졌다는 의심을 보냈고, 이단 내지는 분열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1차 본회의에서 이러한 의심은 절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독일 ‘시노드의 길’에서 다룬 주제들은 이미 세계 주교시노드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시노드의 결의나 절차는 신중한 편이었는데, 일부 보수 진영의 주장과 달리 교회법을 위반하는 결정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일 ‘시노드의 길’은 세계주교시노드의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했고, 세계주교시노드의 많은 참가자가 이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2018년 독일에서 보고한 성 학대 스캔들은 교회에 도덕적이고 사회정치적으로 큰 재앙이었습니다. 주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수십만 명이 가톨릭교회를 떠났습니다. 주교들은 절망에 빠졌고, 필사적으로 가톨릭중앙위원회에 ‘시노드의 길’을 제안했습니다. 가톨릭중앙위원회는 평협과는 달리 평신도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입니다. 이들은 아래 4개 주제를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주교들의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교회의 권력과 그 권력의 분점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날 사제의 존재 양식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독신 의무까지 포함합니다. 세 번째는 직무와 직책 안에서의 여성인데, 여기에는 여성의 리더십 문제와 여성 사제 서품 문제도 포함됩니다. 네 번째는 성과 파트너십 특히 사제의 성 학대 문제까지 포함합니다.

독일 ‘시노드의 길’은 독일 주교회의나 교회법적인 기관이 아닙니다. 독일 가톨릭교회에서 토론을 조직하기 위한 임시 대화 포럼 같은 것입니다. 독일 교회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금지한다는 교회법적 조항 같은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독일 ‘시노드의 길’은 성직자와 평신도가 거의 동수로 참여하고, 모두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고, 모든 총회는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생중계됐습니다. 그리고 교회법적인 비판이나 제제를 피하기 위해서, ‘시노드의 길’에서 만든 결정이 주교들에게 구속력이 없다는 데 모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주교는 여기에서 결정된 결의안을 실행하겠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바티칸에 있는 보수적인 주교들이 이 독일 ‘시노드의 길’을 비판해 왔는데, 비판 요점은 불법적이고 이단적이면서 교회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독일의 개혁 그룹들은 이 시노드의 길을 지지했습니다. 교종께서 독일 교회의 ‘시노드의 길’에 대해 공개 발언한 것 중 일부는 독일 시노드의 길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었습니다만, 결국 이 시노드의 길이 진행되도록 허용하셨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 시노드의 길이 교종에게 세계 시노드를 소집하는 데 약간 격려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1차 본회의

지난 10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1차 본회의를 앞두고 공개된 의안집 내용은 사실 매우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주제는, 성소수자 문제라든지 재혼 부부라든지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 을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들은 국가와 대륙, 문화별로 조금 다르게 토론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낙태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지만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2023년 올해 4월 교종께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 시노드에 평신도들(여성 35명, 남성 35명)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들은 교종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새로움이자 혁신입니다. 과거에는 평신도가 주교 시노드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은 교종께서 너무 나갔고,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개혁 그룹에서는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교종의 결정은 압도적인 투표로 승인되었습니다.

올해 10월 투표권을 가진 375명 대의원들이 로마에서 3주 넘게 모였습니다. 이들은 12명씩 원탁에 둘러앉았고, 좌석 배치는 회의 기간 내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주교들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평상복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 평어체로 얘기하고, 주교에게 격식 있는 언어를 쓰지 말자고 결정을 했고요. 대부분 주교들이 이를 준수했습니다.

언론 공개는 제한되었고, 인터넷 생중계도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교종은 토론 내용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침묵할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여기에 실제로 참가한 이들이 이 신호를 어떻게 경험했을까요? 평신도를 포함한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에 일단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논쟁적인 주제들도 공개 논의되었는데요. 이를테면 성소수자 문제, 사제 독신의 의무, 여성 사제 서품 그리고 이제 성 학대 등의 주제들을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주교들, 이를테면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같은 이들은 여기에 대해서, 이건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지나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이 시노드를 어떻게 경험했는지가 아니라 시노드의 결과입니다.

세계 시노드가 끝나고 종합보고서가 채택되었습니다. 종합보고서는 크게 3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있습니다.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된 수렴 사항, 그다음에 더 고려해야 될 사항, 마지막으로 제안으로요. 제안에는 몇몇 참가자가 매우 구체적인 제안을 하셨고 대부분 대의원이 다수결로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세계 주교 시노드의 결정은 교종에게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최종 보고서에서 종합 보고서의 내용 중에서 어떤 것을 실행할지는 교종 스스로 결정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최종 종합보고서에 나타난 것은 일종의 제안일 뿐입니다. 이 종합 보고서에는 여성 부제, 사제 독신 의무 외에도 평신도의 강론, 평신도의 주요 선거 참여 등과 같이 약간 논란이 되는 주제들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노드 안에서 열띤 토론을 거쳤음에도 종합보고서에서 삭제된 내용도 있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나 여성의 사제 서품 등입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교종은 시노드 기간 미국의 지닌 그래믹 수녀님, 바티칸에서 이 성소수자의 상담자이자 지지자로 아주 유명한 분을 공개적으로 만남으로써 어떤 입장을 표명하신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열린 독일 '시노드의 길' 4차 총회 모습. ©Max von Lachner<br>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열린 독일 '시노드의 길' 4차 총회 모습. ©Max von Lachner

독일 교회에서 바라본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이 종합 보고서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보수적인 세력은 이 보고서 자체를 비판합니다. 이 보고서는 교회의 위계적 구조를 훼손하고, 교회가 유행을 따르고 있으며, 영성 상실로 이끌 것이고, 교회 분열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개혁 그룹은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종합보고서가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비판하고, 지금 시급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미룬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로 말미암아 사회에서 교회에 대한 믿음은 계속 위태로워지고 있고, 교회는 사회와 유효한 접촉점을 잃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면 독일 교회는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독일 교회는 사실은 이제 획일적인 블록이 아닙니다. 매우 다양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목소리는 독일 주교회의와 독일가톨릭중앙위원회입니다. 독일 가톨릭중앙위원회는 독일 가톨릭교회의 모든 평신도 대표를 포괄하는 가장 상위 조직입니다. 그리고 많은 개혁 단체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We are Church’(위아처치)라는 곳도 있는데요. 예전에는 주교들이 교회의 적으로 봤지만 이러한 정서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분명한 개혁 의제를 가지고 주교님들과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독일 주교회의의 입장부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독일 주교회의는 이번 1차 본회의가 주교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 공간을 열어 주었다고 말합니다. 제 의견은 독일 교회가 온전한 시노드적 교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그것은 교회 내 성폭력 문제, 성 학대 그리고 은폐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주교회의 주교 27명이 승인하셨는데 거기에는 소수 그룹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주교들은 여기에 더해서 개인 의견을 내면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 주교회의 의장인 게오르크 베칭 주교입니다. 뵈칭 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가 충분히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2024년 10월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는 구체적이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교는 개인 의견라는 것을 전제로 사제 독신 의무 폐지와 여성 사제 서품도 허용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베칭 주교는 독일에서 전국 단위의 시노드를 이끌어 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데, 그 시노드에는 평신도와 주교가 동등한 수로 대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독일 가톨릭중앙위원회도 마찬가지로 이번 결과에 대해서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주교시노드가 성적 학대를 사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보았고, 여성의 권리가 조금 더 강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개혁 그룹, 특히 독일 ‘We are Church’의 입장은 이번 1차 본회의 결과를 인정을 합니다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합니다. 시노드 과정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 올라온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지역의 많은 교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주교회의 권한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사제 서품, 사제 독신제 의무, 성소수자 문제는 독일이나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문제라고 시노드 종합보고서에서 언급됐기 때문에 이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을 보면 특히 위에서 말했듯 논란이 되는 이슈를 종합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고서의 제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매우 신중하고 일반적인 용어로 공식화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편견 없이 읽으면 일종의 타협안, 아니면 중요한 문제를 뒤로 미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보고서 전체가 좀 모호하고 외교적인 언어로 점철되어 있지만 행간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희망적인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 시노드에서 더 구체적인 결정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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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1차 본회의 단체 모습, (사진 출처  = 제16차 주교시노드 정기 총회 페이스북)

세미나 참가자들과 나눈 문답

질문 1. 강연 중에 자주 언급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 보고 싶은데요. ‘시노드의 길’ 결의안에 동성 결합 축복이 있는 걸 보고, 한국에서도 굉장히 놀라운 반응이 많았어요. 독일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해서 어디까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독일 주교님들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동성애 커플은 인간의 온전한 결혼 형태는 아니더라도, 축복받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법적 의미에서 혼인은 오직 남녀 간에 또는 서로 다른 성 간의 결합이라고 하는 신학 입장을 독일 교회가 대표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독일의 많은 교구에서는 동성 결합을 축복하기 위한 전례서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지지하는 주교들도 많이 있습니다.

질문 2. 지난 10월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1회기에서 논쟁이 있었던 것 치고는 종합보고서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소수자에 대해 별다른 내용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에 대해 가톨릭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굉장히 실망을 표현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박사님은 내년에 열릴 회의에서 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가 궁금합니다.

- 저는 세계 시노드에 참가한 이들에게 직접 들었는데 성소수자 문제가 매우 격렬하게 토의되었다고 합니다. 종합보고서 초안에는 이 점이 언급되었지만 뒤에 가면서 고쳐지거나 새로 서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참가자들이 LGBTQ 문제를 종합 보고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지만 대부분 참가자가 넣어야 된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내년 주교시노드 2차 본회의에서는 굉장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각 교구에서 주교가 어떻게 말해야 되고 어떻게 입장을 취할 건지도 매우 중요해졌고, 또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말하는 점도 중요해졌습니다. 이미 시작이 되었다고 보는데요. 주교들이 각 교구에서 교구민의 희망과 요구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특히 LGBTQ 문제, 그다음 동성애를 축복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희망과 요구를 접하고 있습니다.

질문 3. 독일 ‘시노드의 길’에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언급이 급진적이라고 평가될 정도의 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그 배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교회 또는 사회적 차원의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는데, 이런 저항은 주로 미국이나 아프리카나 아니면 한국에서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럽은 시민사회 자체가 리버럴합니다. 그래서 유럽 주교들은 다른 나라 주교들보다 리버럴하다고 말할 수 있죠. 이런 게 한 배경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동성애가 성직자들 사이에 그리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더 리버럴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는데요. 모든 세계 교회가 똑같은 문제를 같은 템포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아프리카의 예를 들고 싶은데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든지 동성애를 독일에서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동성 파트너, 동성 부부를 교회에서 축복하는 것은 이미 많은 곳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모든 교회나 모든 문화권에서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인권입니다. 인권은 사회에서도 그렇고 교회에서도 반드시 잘 지켜져야 합니다. 저는 동성 커플이 일반 결혼과 똑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축복받을 수 있고,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 사제가 되는 것도 저는 옳다고 봅니다.

질문 4. 한국의 평신도들은 대부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를 비롯해 시노달리타스(함께걷기)로 상징되는 교회 활동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상황인데, 독일 가톨릭 평신도들은 시노드의 길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고, 그 관심도가 조금 높은 상태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먼저 평신도들이 관심이 없는 첫 번째 이유를 들라면 주교들일 것입니다. 세계 시노드가 처음 시작할 때 분명히 교종은 밑바닥부터 평신도들의 의견을 들으라고 했는데, 독일에서도 많은 주교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안 하는 주교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독일 밖 많은 나라에서는 아예 하지 않은 곳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독일은 평신도들의 오랜 참여 전통이 있습니다. 저만 해도 30년 동안 한 교구에서 강론하는 평신도들을 알고 있고요. 말씀 전례만 운영하는 평신도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교구의 재정위원회 구성의 대부분은 평신도입니다. 그래서 평신도들이 승인하지 않으면 주교들이 한 푼도 못 가져가는 현상이 자주 나옵니다. 그럼에도 독일 교회의 많은 평신도도 세계 시노드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저는 이것이 독일의 새로운 세대, 가톨릭의 젊은 세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주교가 평신도들과 공개 상의하고 또 공개 협력할 어떤 구조를 찾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독일에는 지금 주교가 27명 있는데 그중에서 4-5명 정도가 악명 높게 보수적이고요. 그리고 다른 4-5명이 진보적인 견해를 자주 피력하고 나머지 분들은 그 중간 어디엔가 있습니다.

질문 5. 독일 ‘시노드의 길’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데, 시노달리타스의 가장 핵심 쟁점은 그동안 수직적으로 이루어진 성사 구조를 어떻게 잘 조화를 이루면서 나갈 것인지라고 봅니다. 이번에 교종께서 해당 편지에 독일 ‘시노드의 길’이 가톨릭교회의 성사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내셨어요. 그래서 ‘시노드의 길’이 자문 및 의사결정 기반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구성원들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리고 의사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을 하려고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 이 시노드의 길이라는 조직은 사실은 임시 포럼 형태였고,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교회법적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3월 주교와 평신도 대표들이 시노드의 길을 임시 포럼 형태가 아니라 일상적인 그리고 언제나 존재하는 포럼으로 만들자고 해서 결정한 게 ‘시노달 커미티’입니다. 시노드 위원회죠. 시노드 위원회가 설치되면 이제 시노드를 따로 소집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늘 있어야 되는 거고 이 시노달 커뮤니티에 주교들과 평신도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는 가톨릭교회의 성사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편지가 온 것이죠. 그리고 시노드 위원회에서 일어나는 결정을 자기 교구에서 주교들이 실행해야 된다고 한 점이 주교들의 권한과 상충되죠. 그래서 그 점이 아마 논의된 것 같습니다.

질문 6. 독일의 평신도 기구(가톨릭중앙위원회, ZdK)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독일의 평신도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구라고 하셨는데, 이 기구의 역사와 구성원, 신학을 공부했거나 교회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지 그리고 이 기구의 독일 교회 안에서의 위치가 궁금합니다.

- 독일 가톨릭중앙위원회는 1848년에 창립된 조직입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독일어권의 가톨릭 단체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모든 조직을 통합해서 사회적으로 가톨릭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전제로 모였습니다. 독일은 개신교나 사회주의와의 경쟁이 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가톨릭교회가 이제 하나의 어떤 입장을 내는 게 중요한 나라거든요. 그래서 이런 조직이 필요했고 일찌감치 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독일 가톨릭중앙위원회는 2년마다 가톨릭의 날을 엽니다. 전국 가톨릭 신자들 다 모여서 하는 큰 행사인데요. 이 행사는 주교들이 손님입니다. 평신도가 하는 굉장히 큰 행사입니다.

독일은 사실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가 엇비슷합니다. 서로 2500만 정도 되는데요. 이 두 교회가 서로 경쟁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교회 일치 신학을 발전시키는 데도 매우 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동으로 미사하는 전례 양식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시노드가 주제로 들어오면서 가톨릭에서 교회 일치 문제가 약간 밀린 면이 있지만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질문 7. 강의를 들어 보면 독일 교회는 평신도 위상이 많이 높은것 같아요. 독일은 수도자 숫자가 적은걸로 아는데, 수도자가 얼마만큼 기여하고 활동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독일의 시노드에서는 여성 사제까지 주장하는데, 한국은 여성 사제직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고, 오히려 여성 쪽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주장을 안 하거든요. 독일 교회에서는 여성 사제직을 주장하는 층이 어느 층인지 궁금합니다.

- 독일에서 수녀가 예전에는 많았지만 지금은 매우 적은데요. 또 거의 관상수도회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녀들 사이에서도 거의 비슷한 분열 같은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 사제 서품을 주장하는 분들은 일단 여성들이고요. 독일에는 여성 그룹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 언론에도 알려진 ‘마리아 2.0’이라는 단체가 있고요. 그다음에 가톨릭 독일 여성연합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 두 단체가 대표적으로 여성 사제 서품을 주장하고 있고, 이밖에도 매우 많은 작은 단체 중에서 여성 서품을 주장하는 단체가 많습니다.

질문 8. 독일 교회 시노드 주제 가운데 사제 독신 의무 폐지와 관련해서 질문드립니다. 해석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본인이 선택해서 신학교를 들어가는 것이고 당연히 사제로서 독신주의가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아까 해석을 하면서 의무 독신주의와 자발적 독신주의를 구분한 점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질문은 성사 면에서 여성이 성사를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저는 여성 부제나 사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입니다. 독일에서는 어떻게 여성 사제직을 허용한다고 결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성소수자 축복에 대한 독일 교회의 개방적인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 기원 후 100년 성경이나 성경 서간에서 사제는 독신자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사제는 좋은 아버지였고, 아내와 자식들을 잘 보살피는 사람이었습니다. 의무 독신제가 사제의 전제 조건이 된 것은 제 기억으로는 11세기 이후입니다. 그 이전에는 그런 조항이 없었고요. 지금 독일에서는 자발적인 독신제에 대해서는 아무 반대가 없습니다. 하지만 독신제가 사제가 되는 강제적이고 전제 조건이 된다면 그것은 폐지해야 된다는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 사제 스스로 결정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주교회의 의장인 베칭 주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자발적인 독신제만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개혁 그룹과 거의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보적인 주교가 몇 계시고, 보수적인 주교 몇 분이 명백하게 안 된다고 말하고, 대부분 주교는 그 사이에서 아무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교구의 평신도나 개혁 그룹한테 욕먹을까 봐 두렵고, 한편으로는 바티칸한테 꾸중 들을까 봐 두려워서 아무 말도 안 하는 형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9. 독일 교회 평신도 상황을 보니 많이 부럽기도 하고 저희도 좀 많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사실 평신도가 세운 교회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지금 현실을 보면 동등하게 대화에 참여하거나 교회의 위기 상황을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워요. 대부분 진보적인 신자들은 교회에 이미 실망하고 떠난 상황이라서 그런 목소리가 더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 독일도 최근에 진보적인 신자들이 교회에 실망하고 떠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교회 개혁의 목소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독일에도 최근에 교회를 나간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교회와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교회세(소득세의 8퍼센트)를 내기 힘들어서 나간 사람이 많고, 또 하나는 최근에 독일 교회를 휩쓸었던 사제의 성적 학대 스캔들 때문에 나간 사람이 많습니다. 남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분들이죠. 그래서 사실은 독일도 개혁 그룹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개혁 그룹 중에서 교회 밖으로 나간 이들을 우리가 유배 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대부분의 교회 개혁 그룹들은 교회 안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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