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회 여성 유명 인사 4명에게 보낸 경고 답장

(기사 출처 = NCR)

(리나도 슐레겔밀히)

'공동합의적 길'로 알려진 독일 가톨릭교회의 개혁 사업이 프란치스코 교종에게 아픈 가시인 것은 아무런 비밀이 아니다. 그는 동성 커플 축복이나 주교 선출 같은 문제를 꺼내 놓은 이 사업을 수없이 비판해 왔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한 발언은, 독일인 가톨릭 여성 4명에게는 아니겠지만 나머지 모든 이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 발언은 그가 11월 10일 자로 보낸 한 서신에서 한 것으로, 이 편지는 나중에 독일의 <디벨트>에서 보도됐다. 이 편지는 카타리나 베스터호르스트만, 마리아네 슐로서, 한나-바르바라 게를-팔코비츠, 도로테아 슈미트에게 보낸 것인데, 두 명은 신학자이고, 한 명은 종교철학자, 한 명은 언론인이다. 이들 모두는 공동합의적 길 총회 대의원이었지만 지난봄 공개적으로 공동합의적 길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11월 6일 프란치스코 교종에게 편지를 보내 현재 이어지고 있는 독일에서의 개혁에 대한 불만을 전했다. 아마 이들도 놀랐을 것 같은데, 프란치스코 교종은 불과 4일 뒤에 개인 서명을 덧붙인 답신을 보내왔다. 게다가 그 편지는 독일어로 돼 있었다.

독일 교회와 바티칸 사이의 근래 긴장에 익숙한 이라면 그 누구도 그가 보내온 이 1쪽짜리 편지의 정조 자체에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독일에서의 반응은 다양하다. 실망, 정면 부정에서 심지어 음모론에까지 이른다.

도대체 프란치스코 교종은 뭐라고 한 것일까? 그는 독일 교회가 개혁을 향해 취하고 있는 “후속 구체 조치들”이 “독일이 보편 가톨릭교회에서 멀어지는 길로 끌고 갈 위험이 있”다며 “깊이 우려”했다.

독일 교회의 3년에 걸친 '공동합의적 길' 사업은 지난 3월 끝나기는 했지만, 이들은 이제 독일 교회를 위한 새로운 통치 조직을 구성하길 원하는데, 그 이름은 '공동합의적 평의회'(Synodal Council)다. 여기에는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독일 가톨릭 신자들의 미래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것도 포함한다.

하지만 이 평의회가 오는 2026년 출범하기에 앞서 '공동합의적 위원회'(Synodal Committee)가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는 평의회 출범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일이 늘 그렇듯, 이러한 과정도 모든 것이 세밀히 검토, 준비됐으며 좀 복잡하다.

그런데 그것이 위원회든 평의회든 아니면 그냥 모임이든 간에, 프란치스코 교종과 교종청은 공동합의적 길 총회 종료 이후의 진행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교종의 편지가 독일에 도착하던 날인 11월 10일, '공동합의적 위원회'가 처음으로 회합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 위원회 이름을 언급하면서, 교종청이 지난 1월 교종의 직접 승인을 받은 편지로 이 위원회 설립을 금했던 것을 독일인들에게 상기시켰다. 프란치스코 교종과 교종청은 새 통치기구에 평신도를 참여시키면 교회의 성사적 구조가 깨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11월, 독일 주교들의 교종청 정기 방문 중에 프란치스코 교종이 독일 주교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NCR)

프란치스코 교종을 그의 교회 개혁 노력으로만 아는 이들은 이러한 태도에 좀 놀랄 수도 있겠다. 교종은 이번 편지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위원회나 평의회 같은 것들에서 “구원”(“salvation”, 편지 원문에 따옴표가 돼 있음)을 찾으려 하면 안 되고 대신에 기도와 참회, 경배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썼다.

교종 자신이 보낸 이 큼지막한 정지 신호판을 보고 독일 신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소수파인 보수파는 자신들이 옳았다고 느꼈다. 개혁파는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부는 심지어 음모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직접 이 편지를 썼을까? 혹시 위조 아냐? 일부 사람들은 편지에 보이는 그의 서명이 평소와는 다르다고 사회관계망에서 지적했다. 그는 평소에는 라틴어로 “Franciscus”라고 쓰는데 이번에는 독일어로 “Franziskus”라고 썼다. 여러모로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절차는 독일 주교회의가 책임을 맡고 있지만, 주교회의는 이 편지에 반응을 보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주교회의 대변인 마티아스 코프는 주교들은 편지가 주교들에게 온 것이 아니므로, 응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교회의와 공동으로 '공동합의적 길'을 소집했던 독일 평신도 대표 조직인 '독일 가톨릭인 중앙위원회'는 이 편지에 반응했다. 중앙위원회는 자기들이 보기에는 '공동합의적 위원회'는 교회의 교회법에 어긋나지 않고, 따라서 이 사업을 중단할 아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편지의 수신인인 네 명 여성에게는 어떨까? 이들은 실제로 독일 교회 개혁 사업의 장래를 염려했던 것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편지를 공표한 것은 아주 분명한 정치적 움직임인 것이 사실이며, 개혁 절차를 좌초시키려 한 것이다. 이 네 명은 모두 유명 인사로서, 독일 교회의 개혁 사상을 비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프란치스코 교종에게 보낸 편지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 슈미트는 “우리는 (교종의) 답장을 공표해도 좋은가를 물었고 ‘그리하라’는 답을 로마로부터 받았다”고 독일의 가톨릭 매체 <돔라디오>(DomRadio.de)에 밝혔다. 그는 자신들이 프란치스코의 말씀에 힘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지금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독일 교회의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추기경, 주교, 평신도의 소망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교종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심지어 교종까지 내놓는 이러한 경고들에 귀를 기울이고 회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냥 우리 머리를 벽에 대고 부딪혀서는 안 된다.”

그런데 독일 교회의 개혁 절차는 진짜로 로마의 경고로 위험에 처해 있는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편지 자체가 그러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최고의 지표다. 비록 프란치스코 교종과 교종청이 독일 교회에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절차에 크게 부동의하고 있지만, 교종과 교종청이 지금까지 한 것은 편지들뿐이다. 독일 주교들에게 보낸 편지, 독일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이번에는 개인 4명에게 보낸 편지.

편지가 올 때마다 매번 어투는 더 직접적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독일의 개혁 절차를 막으려는 실제 조치는 아직 취한 적이 없다. 교종청은 그렇게 하면 전 세계 교회에 파열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한쪽에는 진보파, 다른 한쪽에는 보수파로.

바티칸은 비판하지만, 독일에서의 개혁을 막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내년 2024년에는 독일 주교들과 교종청의 각 부서가 독일 교회가 바라는 개혁을 놓고 토의하기 위해 3번이나 만나기로 계획돼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교종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여성 서품과 동성애 같은 주제는 토의 주제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바티칸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독일인들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지는 않는다. 그러고는 남는 것은 공개 불승인이다. 독일의 개혁파는 뭔가 찝찝한 뒷맛을 느낀다. 독일 개혁파 주교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개혁안을 로마에서 토의하기 위해 몇 달, 그리고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종은 불평하는 보수파 인사들에게는 4일 만에 답장했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opinion/guest-voices/pope-francis-writes-letter-four-german-women-and-surprises-almost-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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