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십리 삼척 맹방해변 앞바다에 정 박는 소리가 쾅쾅 울려 퍼진다. 마치 십자가에 예수를 못박는 소리 같다. 예수의 십자가 못박음은 인간과 피조물의 부활로 이어졌지만, 맹방 바다에 울려 퍼지는 정 소리는 지구 어머니를 못박는 학살의 현장이었다. 맹방해변 뒤편 포스코의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에 석탄을 보내는 컨베이어벨트 건설 현장에서 지금 벌어지고 생태 학살의 모습이다.

2023년 말 준공을 목표로 강행되고 있는 삼척 블루파워 1호기는 11월 30일에 최초 점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석탄 연료를 장전해 시운전에 들어가는 최초 점화는 사실상 석탄발전소 가동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부터 삼척 시내에서 5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발전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올 것이다. 발전소 운전이 시작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주민 건강 악화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맹방해변 앞바다 컨베이어벨트 건설 현장 모습. ©맹주형<br>
맹방해변 앞바다 컨베이어벨트 건설 현장 모습. ©맹주형

지난 11월 24일 국회 앞에서 가톨릭기후행동 등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단체들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취소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변명만 내놓았다. 그러는 동안 발전소 공사는 계속 진행되어 공정률 80퍼센트에 이르러 최초 점화를 앞두고 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말로는 탄소 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며 신규 석탄발전사업 하나도 중단시키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회의 민낯과 위선을 비판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린이 기후 활동가인 초등학교 1학년 김한나 양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엄청나게 큰 석탄발전소를 짓는다니 어른들은 정말 잔인합니다. 숨을 쉴 수도 없고,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도 나오고 어른들은 우리가 계속 이렇게 살기를 바라나요? 저와 친구들이 외칩니다. “석탄발전소를 짓지 말아요.” 석탄발전소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많이많이 내보낼 건데 지금도 아픈 지구를 더 많이 아프게 할 거예요. 나와 내 친구들이 함께 살 지구를 제발 아껴 주세요.”

11월 24일 국회 앞에서 벌인 탈석탄법 제정 퍼포먼스. (사진 출처 =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br>
11월 24일 국회 앞에서 벌인 탈석탄법 제정 퍼포먼스. (사진 출처 =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아이들의 외침에 이제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국회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최초점화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고, 탈석탄법 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국회 산자위는 청원을 제출한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입법 방향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5만 국민이 동의한 탈석탄법 제정에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생태 학살을 막아야 한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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