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금) 14시 세종산업부 청사 앞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무고한 동식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 이 생태계 대량 파괴를 ‘생태학살’, ‘에코사이드’라 부른다. 특정 민족과 인종을 말살하려는 '집단학살', 제노사이드에 빗댄 말이다.

공동의 집,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학살의 원인은 다양한 생물 종들을 그저 활용, 채굴 가능한 잠재적 자원으로 여기고, 그 고유한 가치를 간과하는 인간의 태도이다. 그리고 생태학살의 결과 많은 종은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결국 우리 후손들은 전혀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생물 종이 더 이상 그들의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지 못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1)

최근 몇 년 동안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을 앞장서 외치지만 동시에 온갖 개발사업에 뛰어든다. 토건 자본과 결탁한 정부, 지자체의 개발사업은 오래된 문제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하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토건 사업이든 기후위기 대응이든 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신(神)의 자리에 오른 시장의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회칙 '복음의 기쁨'에서 “절대 규칙이 되어 버린,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 앞에서 자연환경처럼 취약한 모든 것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2)고 말한다. 신의 자리에 놓인 절대자 ‘시장’은 경제와 기술의 동맹으로 만들어졌고 이들의 즉각적인 이익과 무관한 모든 것은 배제되고 죽게 된다.

실제로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결국 조건부 승인했다. 국립공원 난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설상가상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려 한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의 지자체 이양은 ‘지역 살리기’,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 관광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개발로 생태계의 숱한 생명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태학살의 모습이며 ‘시장’이 ‘신’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

우리는 이미 거대 토건 사업인 4대강 사업을 통해 생태학살을 경험했고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속화 하는 전국 곳곳의 마구잡이 개발사업은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삶, 야생동물의 마지막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기후 정의 파업' 웹자보. (이미지 출처 =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기후 정의 파업' 웹자보. (이미지 출처 =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이러한 생태학살을 막기 위해 가톨릭기후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단체들이 모여 4월 14일 금요일 세종시에서 ‘기후 정의 파업’을 준비 중이다. 기후위기로 농토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농민들, 부정의한 핵발전소, 핵폐기장 건설에 맞서 싸워 온 주민들,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시도에 맞서 싸워 온 주민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4월 14일 함께 살기 위해, 멈춤을 외쳐야 한다. 생태계 붕괴를 되돌리고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실현 가능한 방법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고소득 국가들과 자본이 ‘미친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추출, 생산, 소비를 적극적으로 늦추는 것이다. 자원 사용을 줄이면 생태계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생명의 그물을 다시 직조할 기회가 생긴다. 414 기후 정의 파업의 이유다.

1) 프란치스코 교종 회칙 '찬미받으소서' 33항 참고.
2) 프란치스코 교종 권고 '복음의 기쁨' 56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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