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 가면 원전 백지화 기념탑이 있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은 삼척시 덕산면 일대를 핵발전소 예정지로 묶어 놓았고, 1992년 핵발전소 건설을 시작하려 하였다. 당시 덕산면은 농민회가 활동하던 지역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에 농민들이 어떻게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나섰을까. 농민들은 바로 옆 동네인 울진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같은 마을 한 집 건너 암 환자가 생기고 농산물도 팔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덕산면 농민들은 우리 마을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느꼈고, 당시 동력 자원부(오늘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삼척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7번 국도를 봉쇄하고 투쟁에 나섰다. 1997년 8월 29일 전체 주민 8000명 가운데 7000명이 생업을 멈추고 근덕초등학교에 모여 투쟁했고, 뜻을 같이하는 그린피스와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싸웠다. 1998년 9월 삼척시민들은 광화문 정부청사에 LPG 가스통을 들고 가 핵발전소 건설추진을 멈추지 않으면 터트리겠다고 통보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당시 김대중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3개월 만에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고지를 해제했다. 이 삼척 주민들의 반핵운동을 기리는 탑이 원전백지화 기념탑이다.

원전 백지화 기념탑 옆에 또 하나의 비가 있다. 2005년 이명박 정권은 삼척시에 핵폐기장을 유치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당시 시장은 2010년 12월 원자력 클러스터 제2 연구원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핵폐기장을 유치하려 했다. 두 번째 반핵운동의 시작이었다. 당시 도계 성당 주임신부였던 박홍표 신부는 사제로서 십자가를 지고 2012년 1월 원전기념탑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삼척핵발전소반대 투쟁위원회가 출범되었고, 매주 수요일 탈핵 미사를 봉헌하며 2019년 6월 결국 삼척시민들은 핵폐기장 유치를 백지화시켰다. 삼척 반핵운동의 두 번째 승리였다.

지난 3월 28일 삼척시 근덕면 원전백지화 기념탑에서 박홍표 신부 주례로 봉헌된 삼척탈핵미사 모습. (사진 출처 = 맹주형)<br>
지난 3월 28일 삼척시 근덕면 원전백지화 기념탑에서 박홍표 신부 주례로 봉헌된 삼척탈핵미사 모습. (사진 출처 = 맹주형)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삼척, 영덕 핵발전소 건설을 다시 언급하였고, 지금도 핵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발전소 건설로 삼척 맹방해변과 천연동굴과 같은 생태계가 침식되고 있으며, 석탄발전소가 가동된다면 미세먼지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조기사망을 일으키고 기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석탄발전을 꺼야 할 시점에 오히려 새로 짓는 건 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삼척 주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기후 환경을 보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금이라도 멈추고 취소해야 한다. 포스코 같은 민간 사업자의 이익만을 고려해 공익 침해를 방치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미 인허가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임의로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이에 삼척 주민들과 종교 시민 환경단체들이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취소하기 위한 입법 청원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생명을 위한 세 번째 싸움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 국민동의 청원 운동이다. 기후재난을 막는 탈석탄법 제정 5만 국민동의 청원이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는 석탄발전 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탈석탄법’ 제정으로 기후 위기 대응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재난 집중호우로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 기후재난을 막는 탈석탄법 제정 5만 국민동의 청원은, 턱 밑까지 차오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 대책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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