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 광화문 거리에 사람들이 모였다. 길거리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에 참여하기 위해 각자 만든 피켓과 십자가를 들고 모였다.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섬김으로 죽어가고 있는 지구와 예수님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모인 이들은 기도한다.

“주님, 당신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린 제자들의 손길과 마음으로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게 하시고, 지구를 파괴하는 모든 구조적 악에 날마다 투쟁하게 하소서.”(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13처)

성금요일,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맹주형<br>
성금요일,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맹주형

그리고 부활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당신의 보편적 주권으로 모든 피조물 안에 현존함을 보여 주셨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19-20) 부활하신 예수가 모든 피조물을 화해시켜 그들의 목적인 충만으로 이끌었지만, 세상은 부활하지 않았다.

이미 삼척에 지어지고 있는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도 모자라 윤석열은 주민들이 세번이나 막아낸 핵발전소를 재추진한다고 한다. 부활 날 죽음의 건설 현장을 걷는다. 화력발전소 원료인 석탄을 나르는 항만공사를 위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다에 쏟아붓고 있다. 준설로 오염되고 있는 바다. 탈석탄 미사를 봉헌하는 맹방 해변 가까이에는 이른바 친수 시설이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준설이 시작되었다. 이명박 4대강 난개발 공사가 겹쳐진다. 독도와 울릉도 모형의 인공 섬을 조성하는 공사다. 그대로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해변에 돌을 쏟아부어 인공섬을 만든다. 부활하신 예수는 모든 피조물을 화해시켜 그들의 목적인 충만으로 이끌었지만, 세상은 부활하지 않았다.

인공섬 공사 중인 맹방해변에서 봉헌된 부활 미사, ©맹주형<br>
인공섬 공사 중인 맹방해변에서 봉헌된 부활 미사, ©맹주형

부활이 사라진 세상이다. 권력과 재물을 가진 이들은 회개하지 않았고, 공동선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무관심과 멈추지 않는 탐욕이 이제 삼척, 새만금, 가덕도, 제주 제2공항 등 곳곳의 개발 광풍으로 불어올 것이다.

맹방 해변에서 평화의 춤을 추고 있는 신자들, ©맹주형
맹방 해변에서 평화의 춤을 추고 있는 신자들, ©맹주형

맹방 해변 가까이 한 수도자가 살고 있다. 서원을 준비하며 주민들과 매일 탈석탄 순례와 피케팅을 하고 기도하며 산다. 그리고 부활을 묵상하며 작은 실천을 계획하였다. 석탄화력 발전소와 핵발전소, 송전탑 없는 세상을 위한 순례다. 석탄과 핵발전, 송전탑 모두 탈탈 털어버리고,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5월 11일부터 걷는다. ‘탈핵 탈석탄 탈송전탑 희망 국토 도보 순례’다. 핵발전소백지화 기념탑이 있는 삼척에서 출발해 평창 765kV 고압송전탑 현장, 홍천, 가평, 서울 대통령 집무실까지 걷는다. 부활을 품은 작은 나비가 되어 걷는 길, 진짜 부활 길이다.

한 수도자가 맹방 해변의 조개와 모래로 만든 부활 카드. ©노혜인<br>
한 수도자가 맹방 해변의 조개와 모래로 만든 부활 카드. ©강승수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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