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5만 달성에 국회가 답해야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6일 국회에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에 대한 법 제정 논의를 당장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9월 29일 청원 마감을 두 시간여 앞둔 21시 26분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에 접수 기준인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관련 청원이 국회 소관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 내용은 앞으로 소관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토의에 부쳐지거나 폐기된다.

8월 31일-9월 29일까지 진행된 이번 청원에서 청원인은 청원 마감일을 10일 남긴 9월 20일에 1만 명, 이틀 남긴 27일까지도 2만 명에 그쳤다. 그러나 마감 당일인 29일에만 청원인이 2만 명 가까이 늘어 5만 명에 이르렀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지내며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고 있는 가톨릭교회도 이번 청원에 적극 동참을 요청해 왔다.

이 청원은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국내외적 요구와 필요에 근거한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 정부의 실질적 정책 집행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국제사회와 학계 등은 지구 온도 1.5도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등 주요 나라가 석탄발전을 늦어도 2030년까지 멈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민간 발전사업자인 포스코가 강원도 삼척에 석탄발전소 2기, 삼성물산이 강릉에 2기를 새로 짓고 있고, 모두 57기가 가동되고 있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6일 국회 앞에서 탈석탄법 즉각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기후솔루션)<br>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6일 국회 앞에서 탈석탄법 즉각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기후솔루션)

이날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924 기후정의행진 뒤 탈석탄법에 대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중적 관심은 1만 5000여 명에 그쳤던 동의 수를 단 4일 만에 5만 명으로 끌어올렸다”면서, “이는 신규 석탄발전 철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사실에 전 국민이 동의하고 더 이상 정부와 국회가 사태를 수수방관하면 안 된다는 시민의 의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4기에 대해 “기존 석탄발전소도 꺼 나가야 하는 상황에 새로운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기후와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석탄발전소 건설은 지금이라도 중단돼야 한다”면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을 지체시키고 화석연료 시스템을 더욱 연장할 뿐임에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 이익이라는 논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는 2019년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8월에는 ‘탄소중립 기본법’을 통과시켰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인 탈석탄을 위한 실질적 제도 변화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면서 “이는 국회와 정부가 그동안 구호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외쳤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삼척 주민들도 현재 삼척 맹방해변과 천연 동굴 등에서 침식이 진행되는 등 지역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석탄발전소가 가동되면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 지역 주민 건강은 물론 기후위기 가속화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민간 사업자의 이익 때문에 공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면서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에너지전환 운동을 하는 성원기 교수(강원대, 토마스 모어)는 “마감을 불과 3일 앞둔 수요일 아침 27일간 누적 서명자가 2만 명에 그쳐 애를 태웠는데 수요일 1만 명, 목요일 2만 명의 폭발적인 서명 참여로 5만 명이 되면서 탈석탄법 국민동의청원을 성사하는 승리의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5만 입법청원 서명인뿐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 짓는 석탄발전소는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전 국민이 함께 이룬 승리”라면서, “실제로 탈석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국회가 일하도록 전 국민과 함께 마음을 다하여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건설된 국가별 석탄발전 설비 용량. (자료 출처 =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 전 세계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기후솔루션)
2021년 건설된 국가별 석탄발전 설비 용량. (자료 출처 =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 전 세계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 기후솔루션)

한편 이들은 탈석탄법 연내 제정을 위해 탈석탄법 5만 청원에 대한 각 당의 입장과 계획을 질의해 그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 4월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석탄의 경제 대전환 2022: 전 세계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석탄발전 퇴출 추세에도 한국을 포함한 2021년 가동된 세계 석탄 설비는 오히려 전년 대비 9퍼센트(18.2기가와트) 올랐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에 대한 단계적 감축과 G20 회원국의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약속한 상태임에도 석탄 설비가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2021년 신규 석탄 설비는 중국,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순으로 확대 폭이 컸으며, 이 가운데 유일한 OECD 회원국인 한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연구에 따라 2030년까지 탈석탄 달성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더 엄격한 탈석탄 목표를 기대 받는 가운데 지난해 오히려 신규 석탄발전소를 늘린 점은 국제적 우려를 살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2016년 설립된 기후솔루션은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에너지,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법률, 경제, 금융, 환경 전문가 등이 국내외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며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이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에 함께하는 천주교 단체로는 가톨릭기후행동, 까리따스 수녀회,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노틀담 수녀회,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살레시오 수녀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 공동체, 성가소비녀회,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성모유치원, 성 바오로딸 수도회,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여주 피정의 집, 예수 고난회, 예수 성심 시녀회,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 인보성체 수도회, 전교 가르멜 수녀회, 천주교 예수회 JPIC위원회,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 섭리 수녀회 JPIC 등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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